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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2. 2016

유럽 가족여행의 시작

현실에 붙잡혀 허둥대면서도, 마음만은 항상 일상을 벗어나 탈출하는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에게

여행이란 습관이다.

머물러  있기보다는 자꾸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내 피 속에는

먼 옛날 우랄과 알타이 산맥을 떠나 아시아 동북쪽 끝을 향했던 Nomad의 피가 섞여 있음이 틀림없다.

익숙한 풍경, 단박에 알아보는 간판들, 나와 같은 말을 쓰고 생김새마저 비슷한 사람들을 떠나,
낯선 모습에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 진열된 물건들을 보고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간판들,

생소한 풍경들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곳으로 나는 떠나고 싶다.

여행을 통해 불편함에 다가서고, 내 안의 틀을 벗어나 내 밖의 세상에서 민낯의 나를 만나는 것은 항상 새롭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내 세상이 아닌 타인의 세상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는 기쁨 또한 크다.

비풍 비번(非風非幡)이다.
내 세상도, 타인의 세상도 내 마음을 기점으로 안과 밖으로 나뉘어 질뿐 마음 외에는 안과 밖도 없다.
이번 여행기간 동안 헌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마음이 채워 넣어지기를 바란다.

대나무의 중간 마디처럼 하나의 마디를 맺음하고 여유로움으로 또 하나의 마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나는 길을 떠난다.


2015년 12월 28일 새벽,

크리스마스 연휴 성당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첫 월요일에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다.

오늘부터 보름간의 여행 기간 동안 우리는

집이 아닌 외국이라는 낯선 상황에서 서로를 도우며 더 단단하게 결속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족도 나와 같은 기쁨과 설렘을 만끽하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집을 나서며 바라 본  새벽하늘엔
달이 구름을 벗 삼아 저만치 앞장서  흘러가고 있었다.

2015.12.28. KAL 인천공항 출발 - 파리 드골 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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