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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3. 2016

20년 만에 다시 온 프랑스 파리

드디어 파리!
참 멀고도 오래 걸렸다.
오늘 비행기로 오는 시간도 12시간으로 오래 걸렸지만, 과거  영국을 거쳐 파리를 처음 방문했던 때로부터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데 20년이 걸렸다.
만약 내 날개로 날갯짓해서 날아왔다면 날개쭉지에 경련이 일어나 다시는 날아볼 엄두도 못 낼 긴 비행시간이었다. 어쩌면 파리 공항에서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을 아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더 멀고 오래 걸린 것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인 유럽여행길.
첫 번째 유럽여행은 20년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였다. 처음 와 본 유럽은 매혹적인 도시였다. 새로운 양식의 건물을 보는 것도, 미술 책에서 보던 그림들을 실제로 보는 것도, 좋아하는 빵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름 모를 거리에서 내가 외국인이 되어 보는 색다른 경험도 괜찮았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가족과 함께 즐기지 못한다는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이 더 컸던 여행이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수록, 좋은 것을 볼수록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가 아니어서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가족이 곁에 없는 첫 번째 유럽여행에서 배운 것은 진정한 즐거움을 찾으려면 가족과 함께 여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가족과 함께 다시 유럽으로 오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올해 아들이 유럽의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와 있는 것을 빌미로 이제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니 마음껏 즐기고, 행복해해도 좋을 거라 기대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Familist이다.

이번 여행 중에 방문할 융프라우의 스위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결혼 전부터 가 보고 싶어 했던 나라다. 결혼 30년을 1년여 남기고서야 아내의 꿈을 이루어주는 나는 못난 지아비다. 그렇게 못난 나를 위해서 무던히도 애써주는 아내가 고맙고 또 미안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기간 내내 아내가 더 편안하게 즐기도록 해주고 싶다.
어린 왕자의 나라 프랑스는 20년 전 유럽 여행 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다시 가족과 함께 오겠다고 결심을 했던 나라로 내가 추천했다.
프라하의 체코와 잘츠부르크의 오스트리아는 아들이 추천한 나라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유럽으로 한 달간 배낭여행을 했고, 올해 교환학기를 시작하기 전 미리 유럽에 도착하여 여행을 하던 아들이 추천한 나라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집을 떠나 외국어고의 기숙사와 서울과 핀란드의 대학에서 생활하느라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부족했을 텐데도 건강하고 올바로 자라 주고도 우리 부부에게 넘치게 사랑을 표현해주고, 감사해하는 아들에게 아버지와 엄마의 더 많은 사랑을 전해주고 싶다.
독일은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며 머무르는 나라로 휴가를 더 낼 수만 있었다면 머무르는 날을 더 늘리고 싶은 나라다.

이번 여행은 공휴일과 휴가를 조합해 마련한 여행기간에 여행할 나라를 끼워 넣었지만, 몇 년 후 정년퇴직을 하면 여행하고 싶은 나라에 여행기간을 맞출 것이다. 하나의 여행을 시작하면서 벌써 다음 여행을 생각하며 설렐 만큼 여행에 대한 나의 욕심은 크다.

이번 여행기간 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24시간 함께 할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여행을 하면서 지나온 우리의 추억을 되새기고, 수고를 서로 격려해 주며, 현재의 삶과 다가올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응원해 줄 것이다.

1년 전 한강을 따라 여의도에서 올림픽대교 근처 서울 집까지 여섯 시간 동안 21km가  넘는 길을 가족이 함께 걸으면서 겪었던 수고로움은 우리를 가족으로 한번 더 묶어 내는 인연의 끈이 되어 주었다. 이때 배웠다. 가족을 하나로 단단히 묶는 것은 어려움을 함께 겪어보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지난 2월의 홍콩과 마카오 여행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번 유럽여행 또한 같이 많이 겄고, 웃고, 감동하면서 앞으로  두고두고 함께 이야기할 추억을 쌓을 거라는 기대를 마음속에 품고 드골 공항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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