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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4. 2016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오해와 소통

파리에서의 첫날밤.
시차 때문에 여러 차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베르사유 궁전을 가기 위해 아침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춰 두었지만 시차 때문에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눈이 초롱초롱, 알람이 필요 없었다.
파리의 메트로는 20년 전만큼이나 여전히 덜컹거리고 시끄럽다.
파리지엥들이 출근을 한다.
앞으로 며칠간은 우리 일행도 파리지앵이다.

한가롭게 여행을 하면서 하필이면 출근하는 시간에 나서서 일하러 가는 사람들은 서 있는데 지하철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으려니 미안하다.
출근하는 사람들 얼굴에서 분주함이 묻어 난다. 어느 도시든 부지런한 사람들의 바쁜 걸음에서 도시는 활기를 찾아간다.
메트로 내에서 버터 바른 그러나 느끼하지 않은 남자 목소리로 다음 정차역을 안내하는 목소리가 참 좋다. 그런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다음 정차할 역의 이름만 두 번 부르고 만다. 다음이 'Trocadero'역이면 멈춰 서기 전에 '트호카데호', 잠시 쉬었다가 한 번 더 '트호카데호'하고 방송 끝이다. 버스조차 그렇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교통시설에서 안내방송 너무 친절하다.

베르사유 궁전도 20년 전에 비해 달라져 있었다.
말을 탄 모양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동상이 성 밖으로 나와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20년동안 태양왕을 태운 말도 한 곳에 서 있으려니 답답했나 보다.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왔는데도 관람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구불구불 길게 늘어서 있다. 파리 테러 이후로 보안검색이 강화된 때문이다. 궁전에 입장하는 데도 가방 검사, 금속 탐지기 검사를 거쳐야 한다. 20년 전에는 그냥 표 검사만 하고 없던 절차다. 그 뿐만이랴? 곳곳에 보안요원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붐비는 사람들 때문에 밀려다니며 궁전 내부를 둘러보았다. 거울의 방도 그대로 있고 왕과 왕비의 방도, 벽과 천정의 그림들도 그대로다. 예나 지금이나 혼잡한 궁전 내부보다는 베르사유 궁전 밖의 정원과 마리 앙투아네트 마을이 더 좋았다. 여름에도 이곳을 방문했던 아들의 말이 궁전 밖 정원의 입장은 분수가 나오지 않는 날은 무료라고 한다. 베르사유 궁전을 이미 와 본 사람이라면 정원만 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파리 혁명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받고 단두대의 이슬이 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슬픈 역사가 기억되어 있는 곳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왕비의 절규와 눈물, 프랑스 시민들의 절규와 눈물이 흐르던 시절을 상상해 보았다.
오해는 때때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지도자는 항상 소통하기에 노력하여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 이유다. 언론의 자유를 틀어 막고 지도자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시민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면 시민들의 불만은 해소되는 것이 아니고 쌓이게 된다. 불만이 쌓이면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오해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 지도자의 입맛에만 맞게 기사를 쓰고 보도하는 언론은 짧게는 지도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길게는 지도자를 갉아 먹는 것이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소통의 중요함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상담심리학에서 부부상담과정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부부가 갈등을 겪고 위기에 처한 대부분의 원인은 불통이었다. 상대를 내 마음에 맞게 일방적으로 고치려 하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나를 바꾸는 노력이 바로 소통의 시작이다. 지금 바로 여기서….


에펠탑 주변 식당에서의 식사는 아들의 프랑스 친구가 소개해 준 곳을 갔는데 추천할만한 식당이었다. 에펠탑은 그대로였으나 여전히 인상적이었고 주변에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처음 온 아내와 일행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에 경탄했다. 아들과 나는 이미 보고 올라 가 본 곳이라 흥미와 감동은 다른 일행만큼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에펠탑은 여전히 황금색 조명을 반짝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어 나를 기쁘게 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20년 전의 숙소에선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보여서 좋았었는데 이번 여행의 숙소에선 보이지 않아 서운하다.

에펠탑 근처 노점상에서 파는 누텔라 초콜릿 잼과 바나나를 넣은 크레페는 출출함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맛있었다. 흑인 아저씨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은 관광 상품을 팔기에 여념이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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