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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6. 2016

프랑스 파리에서 생각해 보는 똘레랑스

샤크레 퀘르 몽마르트르 몽파르나스 바토무슈

관용ㅡ똘레랑스(tolerance)

이틀간의 강행군으로, 피곤해진 상태였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에서의 그림과 사람들, 샤크레 퀘르, 물랭루주, 사랑의 벽, 몽쥬 약국, 몽파르나스 타워 전망대, 바토무슈 승선을 하고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 길.
메트로에 탑승해보니 전철 안에서 좌석에 앉지 않고 통로에 자리를 깔고 앉은 청춘 남녀들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무 간섭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거나 자신의 손가락을 보다가 물어뜯거나, 자신의 옷 매무새를 다시 고치 거나할 뿐이었다.
오히려 그 청춘 남녀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우리 일행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 사람들 저 상태로 있지 못 할 텐데. 지하철 직원이 와서 단속을 하거나, 경찰이 오거나, 하다 못해 나이 든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이라도 나서서 '조용히 해!, 통로를 막고 바닥에 앉아 있지 말라!' 했을 텐데 말이야"라며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청춘 남녀들이 내리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프랑스어를 몇 마디밖에 할지 모른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는 것을...
내가 만일 프랑스어를 잘 했다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도 남았을 나이 든 아저씨 역할을 충실히 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 청춘 남녀들에게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내릴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엔 오히려 나까지도 그들의 흥겨움에 전염되어 마음이 흥겨워지고, 나 자신 젊었을 때 모습이 떠 오르기도 하면서, 젊으니까 저럴 수 있지 라며 어른으로써 넓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음을 나중에서야 알아챘으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들에게 서로 너무 간섭하고 간섭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치 우리 모두가 지구를 지켜야 하는 독수리 오 형제의 의무를 다 해야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면 수시로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고 화를 내야 할 만큼 지구를 지켜야 할 일이 우리의 일상에서 그렇게나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우리는 습관처럼 남의 일에 나선다.
자유에 기반해 차별이나 무관심이 아닌, 서로의 차이, 자신과는 다름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는 관용ㅡ똘레랑스(tolerance)아닐까? 그러한 관용이 오늘날의 자유로운 프랑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관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청춘 남녀들이었다. 우리 가족들의 여행길을 안내하며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는 아들도 그들과 같은 나이의 청년인 것을...
나에게 내 주장이 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주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주장에 다른 사람이 내 주장에 끼워 맞춰져야만 내 속이 편한 걸까?
우리는 너무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프랑스에서 내가 바란 것이 건축물과, 미술품들, 그리고 몇 가지 색다른 음식들만이 아니고,
짧은 며칠의 기간을 통해서나마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와 사회 현상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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