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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11. 2016

스위스 베른행 기차 그리고 꽃

2016.1.1. 새해다.

우리나라에서는 8시간 전에 이미 새해가 되었고 보신각에서 타종식 행사를 했으리라.

종을 칠 때마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함성도 지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올해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도, 우리나라도…

세계 각 나라도 서로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테러도 전쟁도 없이…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 2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리옹역으로 갔다.

참, 파리는 12.31. 저녁부터 1.1. 아침까지 지하철이 무료다. 아침 이후에도 무료가 계속되는지는 모르겠다. 파리를 떠났으니까. 어제, 오늘 사용할 표까지 미리 사 두었었는데 쓸데가 없다. 그저 기념품으로 두는 수밖에…


파리 리옹역에서 스위스 수도 베른으로 가는 길.
유레일 패스 사용을 신고하고 TGV를 타는 일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아들의 주도로 모든 절차를 무리 없이 진행하여 마쳤다. 다시 일행이 기다리는 자리로 돌아왔더니 세 개의 케리어와 세 개의 배낭을 여자 둘이 지키는데 흑인 남자들이 가방을 주시하며 맴돌아서 두려웠단다. 내가 미처 그 생각까지 못 했는데... 낯선 곳에선 잠시라도 방심해선 안된다.

TGV안 내 앞좌석에 앉은 젊은 남자가 음악을 크게 틀자, 통로 건너 옆 자리에 앉은 나이 든 남자가 즉시 자신의 이어폰을 음악 튼 젊은 남자에게 건넨다. 이어폰을 거절한 남자는 볼륨을 줄이다가 결국 전원을 끄고 나이 든 남자에게 영어와 프랑스어로 웃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나이 든 남자도 함께 웃는다. 나이 든 사람의 지혜가 엿 보였다.

만일 나라면 시끄러운 음악을 참고 듣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소리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겠지.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기본 예의가 없다고 불평하면서... 하지만 불편한 모습이 내 말의 뉘앙스나 숨겨진 표정에 드러나서 결국 상대의 기분도 상하게 되고 기차에서 내릴 때까지 어색한 침묵이 흐르게 될 것이다. 즐거운 여행을 스스로 망치는 바보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TGV안에서 배운다.

파리에서 외국인의 눈으로 파리 시민들과 또 다른 외국인인 여행객들을 관심 있게 보았다.
특이한 것은 5~6살쯤의 아이들이 기둥 뒤나 모퉁이에 머리를 숨기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인형처럼 생긴 아이들의 예쁜 모습에서 쓸쓸함을 읽는다. 나중에 프랑스의 육아에 대해 공부해 봐야겠다.
그리고 질색인 것은 공공장소에서도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다. 모델 뺨치게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내 옆에 다가와서 담배를 피워댄다. 바람 불어오는 방향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비켜서면 잠시 후 담배냄새가 또 난다. 아! 어느 결에 다른 아가씨가 내 옆에 다가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꽃이 피었다'하고, '담배도 피었다'고 표현하니 꽃보다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담배가 꽃인 줄 알고 피우나 보다.
'아가씨 담배 피우지 말고 꽃보다 더 아름답게 피어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은 기차를 오래 타야 하고, TGV(떼제베)에서 유레일인 이체로 갈아 타야 하기에 점심으로 먹을 빵을 준비해 왔는데 1등석을 예매한 TGV에서는 도시락을 준다는 것을 몰랐다. 기차 안에서 대화의 꽃이 피어났다.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더구나 가족끼리의 대화는 더 그렇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배려하게 되며 사랑이 깊어진다. 우리 각자는 쌓인 정을 통해서 우리라는, 가족이라는 꽃이 된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이 아무리 소담스럽게 예뻐도 가족이 피워내는 꽃보다 더 예쁠까?!
서로를 정답게 부르고, 눈 맞추며, 미소지음에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몸짓이 아닌 잊히지 않는 눈짓이 된다.
시인 김춘수님이  꽃이라는 시에서 노래했듯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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