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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23. 2016

여행, 다시 시작하는 시작점

2016년 1월 9일 18:30분 프라하 공항 출발, 1월 10일 12:40분 인천공항 도착인 비행기라 이틀 동안 못 본 곳이나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곳을 다시 둘러보는 일정을 가졌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차로 이동해 주는 센딩 서비스를 기다리며 호텔 프런트에 앉아 대기를 했다. 이번 여행기간 우리를 안내했던 아들은 우리보다 한 시간 먼저 출발하는 비행기로 이태리로 떠나기에, 센딩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늦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기다리는데 다행히 약속된 시각에 와 주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약 2시간 후엔 프라하를 떠난다. 프라하 공항 2 터미널에서 아내와 함께 아들을 배웅했다. 우리를 꼭 안으면서 양볼에 입을 맞춰주고 비행기 탑승구로 떠나는 아들의 모습이 아쉽다.

유럽 5개국 7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많이 만났다. 젊은이들이 많았고 우리처럼 가족단위도 있었다. 파리에서는 할아버지부터 손자들까지 온 대가족도 있었다. 그들과 만나서 여행정보를 공유하면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다른 도로 교통문화를 손꼽았다.
사람이 길을 건너려는 눈치만 보이면 달려오던 차가 무조건 서는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에 우리처럼 놀랜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 교통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유럽의 운전자들은 사람이 건너가길 기다린다. 차보고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해도 끝가지 기다린다. 결국 길을 건너려던 우리 일행은 차에게 미안해서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넌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고 한다.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색 신호등이어서 길을 건너지 못하는 상황일 때도 차가 멈춰 섬은 물론 경적 소리도 내지 않았다. 분명 배워야 할 점이다.
도로 위엔 육교가 없었다. 다른 나라, 도시를 여행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대답했다.(우리가 관광지 위주로 여행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도심에서도 없었다.)
육교는 사람이 길을 건너기에 편하도록 만든 교통시설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육교는 차를 위한 것이지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길을 건너려는 사람 때문에 차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럽 사람들이 도로를 건너다가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사람 중심의 도로 문화에서 살다가, 자동차 중심의 도로에 적응하기에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적응되지 않는 게 팁 문화다.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나와 버리고, 아차! 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래도 정말 고마움을 느꼈을 때는 팁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떠 올랐다. 그런데 꼭 팁은 줘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은 돈이 아까워서라기 보다는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해 본다. 의무적으로 주는 팁과 고마워서 주는 팁은 주는 자세부터가 다를 것 같다.

나라와 나라의 경계 국경.
유럽은 세 가지의 나라로 구분하는데 가장 큰 개념으로 유럽 대륙에 위치한 모든 국가가 유럽연합이 되고, 쉥궨조약국은 비자나 여권 검사를 하지 않으며, 가장 작은 개념인 유로존은 화폐를 유로로 통일해 쓰는 것이다. 스위스와 체코, 영국은 쉥궨조약국이기는 하나, 유로존은 아니다.
반도 국가 이기는 하나 남북으로 나뉘어 실제로는 섬과 같은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선 국경은 넘을 때마다 까다로운 선으로 다가오지만, 유럽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넘어 다니는 선이었다. 1, 2차 세계 대전 때 편을 갈라 싸우던 나라라는 것을 의식할 수 없었다. 독일이 할퀴고 간 흔적을 간간이 발견할 수 없었다면 마치 하나의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여행자의 입장에선 유로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더 좋았다. 스위스나 체코에서처럼 사용하고 남은 그 나라 고유의 화폐를 다른 나라에선 사용하지 못하니 그 나라에서 소비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까.

인구 100만의 도시 프라하에 연간 1억 2000만 명 이상이 관광을 한다고 했다.  이러한 관광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파리와 잘츠부르크, 베른도 관광객이 넘쳐 났다. 나는 그런 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우리나라와 다른 것들을 보고 느끼며 다녔다. 그것이 자연적인 것이든, 인공적인 것이든...
파스텔 톤의 연한 연두색, 분홍색, 노란색, 붉은색 등의 건물들, 건물마다 붙어 있는 부조나 조각상들, 특이한 디자인의 건물들을 보면서 건축가와 예술가가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우리는 외국인에게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가? 자신의 나라에 흔한 것들을 보러 오지는 않을 것 같다. 관광지가 대부분 구도심에서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회색빛 콘크리트, 대리석, 유리로 성냥갑처럼 지어진 건물들은 아닐 것이다.
건물이나 도로에 드물게 서 있는 조각상들을 좀 더 조화롭게 배치하고 눈길을 끌게 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전통적인 문양들을 형상화할 수는 없는가? 천문 시계탑이나 정시면 인형이 등장하는 시계탑 하나로도 매 시간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우리는 불가능한 것인가? 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다리에 더하거나 뺄 것은 없는가? 흩어진 관광자원, 박물관과 전시관을 어떻게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 것인가? 자연을 훼손하는 공산품 생산 판매보다 환경친화적이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관광산업 아닐까?

비행기는 북한 평양과 중국 웨이하이의 중간 지점의 공해상을 지나고 있다. 발아래 하늘엔 바다 대신 흰구름이 가득하다. 언젠가는 내 고향에서 고속 기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여 유럽을 오가기도 하는 날이 오겠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 왕자가 그의 별에서 불붙은 화산 두 개와 불 꺼진 화산 한 개까지 청소하고, 네 개의 가시를 가진 장미에게 물을 주고 소중히 보살폈듯이, 멈추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고, 대인관계도 유지해야 하며, TV 뉴스를 보고 기뻐하거나 한탄하기도 해야 한다. 더 이상 짠 베이컨이나 요리를 먹지 않아도 되고, 깨끗한 화장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듣고 말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험한 말을 듣고 또 하게 되면 차라리 말이 통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겠지. 그럴 때면 이번 여행할 때를 생각해야겠다. 내가 정성을 다해 소중하게 가꾸는 한 송이 장미꽃 같은 나라. 황해로 흘러드는 만경강 끝자락에 겨울 철새들이 군무를 추며 구름처럼 날아오른다. 눈에 익숙한 풍경이 평화롭다. 그래 내 나라지. 내가 사랑하며 살아야 할 내 나라!

내가 떠났다가 돌아오듯이 오늘 또 다른 누군가는 떠나겠지? 그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중절모가 아닌 보아뱀 속 코끼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계속 이어갈 아들도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의 제목과 함께 보여지는 물레방아 사진은 카를교 아래 존레논 벽으로 가는 길목에 카파섬으로 통하는 샛강에 설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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