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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27. 2016

호반의 도시 춘천

소양강 처녀

춘천!
50년이 넘은 인생길에서 우리나라 도청 소재지중 유일하게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곳이 춘천이었다.

작년에 춘천시 남이섬엔 왔었지만 정작 춘천 도심을 들리지 못 해서 서운했었는데...

이번 서울 방문 길에 마음먹고 들렸다.
춘천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도청소재지를 가족이 함께 여행했다.


춘천 명동에 들려서 춘천에서의 진짜 닭갈비, 막국수를 먹고, '소양강 처녀' 노래를 들었다. 닭갈비는 입맛에 맞는다. 그러나 막국수는 충북 청원 초정약수 근처 식당의 것이 더 맛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입맛 기준이다.


소양강 처녀 동상을 보며 생각한다.

남녘에는 동백꽃이 하염없이 피고 또 지고 있는데 소양강 처녀는 어스름해지도록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나도 갈대를 꺾어 든 소양강 처녀 동상 옆에 서서 기다려볼까? 그러면 나는 또 누구를 기다리게 될까?

올 이 없어도 그냥 기다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우리 인생, 지나가는 세월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게 인생 아니던가?


의암호 물레길에 들려서 한 시간에 걸쳐서 카누를 탔다. 호수를 따라 마련된 산책길을 걸으니 그 끝에 스카이 워크가 있었다. 스카이워크 유리 위를 걸으며 발아래 유리가 깨지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10미터 아래 호수는 바람에 맞춰 일렁이며 물결을 일으켰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전철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었다. 우리의 이야기 꽃은 창문을 너머 날아가 휙휙 지나가는 들판에 봄이 오는 꽃길을 만들었다. 그 꽃길을 따라 다른 사람들도 봄 속에서 서로 사랑했으면 좋겠다. 아들이 그냥 지나가는 듯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아내는 활짝 웃으며 고개까지 끄덕였다. 아들도 함께 웃는다. 나도 따라서 빙그레 웃었다. 젊었을 때는 내가 아내의 손을 잡았다. 지금은 아내의 손을 아들이 잡는다. 깍지 낀 손가락이 아플까 봐 살포시 손을 잡고 눈 마주치며 미소 짓는 아내와 아들이 예쁘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여행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좋다.

행복한 모습의 아내와 아들을 보다가 문득 최근 뉴스에 등장하는 아이들에 대한 가족 간의 학대 소식에 의문이 들었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받아 온 십계명중 하나가 잘 못된 것은 아닐까? - '네 부모를 공경하라'가 아니라 '네 가족을 공경하라'로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맹자의 군자 삼락중  '부모구존 형제무고(父母具存 兄弟無故) -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라는 구절에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서울시내에서 출발한 전철로 도심까지 찾아갈 수 있는 도시 춘천은 깨끗하게 잘 다듬어지고 예쁘게 꾸며진 도시였다. 서울 춘천 간 전철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 부럽다. 젊은이의 발길이 잦아지면 그 도시가 더 활력이 넘치고, 그게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한 적이 있는 전라도 강진 땅에는 장날에도 젊은이들이 드물었다. 장날이 아닌 날에는 본연의 조용한 시골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조용한 시골 분위기가 좋아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었다.


춘천보다는 강진, 광주, 전주에서 더 정겹고 포근함을 느끼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전라도 사람이다. 소양강 처녀도 갈대밭에 서서 기다릴 수 있는 소양강이 있는 춘천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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