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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20. 2016

체코 프라하의 봄, 서울의 봄

프라하 둘째 날, 오전 Tip tour를 했다.
Tip tour는 프라하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청년이 가이드로써 매일 아침 9:30분 시민회관(공공의 집) 앞에 그 날 팁 투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프라하 시내의 의미 있는 장소마다 걸어서 이동하면서 체코의 역사, 건물의 의미 등에 대해 3시간 정도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tour가 끝나면 참여한 여행객들이 만족한 만큼의 팁을 가이드에게 주는 것이다. 팁이니만큼 정해진 금액이 없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먼저 체코의 간략한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건축물과 주요 인물들이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프라하성을 찬찬히 둘러보고 대성당도 보았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곳이나 빠지지 않고 보는 곳이 성당이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유명 사찰을 보고, 지난봄 우리 가족 홍콩을 여행할 때도 절을 구경했듯이….


공산 사회주의 체제이던 체코는 1968년 서기장 두브체크의 '정치 개혁 없이는 경제 개혁도 없다'는 말에 따라 '프라하의 봄'이 왔으나 소련이 주도한 바르샤바조약기구 5개국 병력의 침입에 의해 다시 겨울로 돌아가고 만다. 초등학생이던 나도 이때의 소식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프라하의 봄이 실패한 이듬해에 체코 국립박물관 앞 바츨라프 동상 앞에서 개혁의 좌절과 소련의 침공에 분노한 대학생 얀 팔라흐가 분신자살을 하고 다음 해에 똑같은 장소와 날짜에 대학생이 또 분신자살을 하는 등 30여 명의 대학생이 희생을 했지만 결국 민주화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이로부터 20여 년이 더 흐른 1989년 소련 고르바초프 개혁에 따라 체코에서도 11월에 3만 명의 프라하 학생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다. 이 시위를 경찰이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25만이 넘는 시민들이 바츨라프 광장에 모여 시위에 나선다. 이것이 부드러운 혁명이라는 뜻의 벨벳혁명으로 이어지고 나서야  체코는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도 대학생이 분신자살을 한 바츨라프 광장의 장소에는 십자가가 조각되어 있다. 보호시설이 없어서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프라하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건축물, 좋은 특산물이 있다고 하여도, 진정한 삼권분립과 정권을 감시하는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자유가 없어서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래도 아름다울까?


체코의 민주화 과정을 통찰해 보면 서울의 봄, 광주 민주화운동, 군사정권, 민주화... 우리와 맥이 통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갖고 프라하 시내를 둘러보니 훨씬 더 정겹고 가까이 느껴진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언제나 시민이었다. 몇 명의 정치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하다. 바츨라프 광장에 서서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늘 우리는 화창한 날씨에 화려하게 꽃이 피는 따뜻한 봄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가? 민주의 봄은 스프링과 같아서  잡아당기는 힘이 없으면 겨울로 다시 되돌아 가버리는 특성이 있는데, 우리 모두는 봄이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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