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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19. 2016

체코 프라하, 벽의 낙서들

존 레넌 벽

잘츠부르크에서 프라하까지 6시간이 넘게 기차를 타야 했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몇 시간이고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을 텐데. 기차를  타고 있으면 수시로 표 검사를 하고 한 번씩은 여권 검사를 한다. 여권을 검사한다는 것은 국경을 넘었다는 뜻이다.

여행계약을 할 때, 유레일 패스 1등석권을 예약해 놓고도, TGV만 1등석으로 예약한 것으로 알고,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이동할 때만 1등석을 이용했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독일로 이동할 때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의자도 좋고 넓었다. 아들이 "1등석인가? 1등석에 앉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데?"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우리는 2등석으로 옮겨 앉았다. 나중에 유레일 표를 검사하는 승무원이 와서 우리 표를 보더니 1등석으로 가서 앉을 수 있는 표이니 1등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다시 옮기는 것이 귀찮아서 그대로 있었지만, 승무원이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여행기간 내내 2등 좌석에서 좁게 다닐 뻔했다. 모르면 손해다. 여행을 하기 전에 많이 알고 출발했었어야 하는데...

프라하
거리 곳곳에 환전소가 있다. 우리나라의 핸드폰 가게 수만큼이나...
그도 그럴 것이 출발하기 전에 체코의 돈인 코루나를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갔더니, "광주 전체 외환은행중에서 금남로에 있는 본점에만 우리 돈 1만 원에 해당하는 체코 돈 200 코루나가 있을 뿐인데 그거라도 환전하겠느냐?"라고 했다. 결국 우리나라를 떠날 때 체코 돈은 단돈 1만 원(200 코루나)만 갖고 출발을 해야 했다. 그래서 프라하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유로를 코루나로 바꾸는 것이었다.
환전소가 많고 환전소마다 환율 차이가 크므로 환전율을 비교하고 가장 유리한 곳에서 환전해야 좋다. 우리는 역 구내의 환전소부터 호텔로 이동하면서 환전소 밖에 걸어둔 환율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두었다가 가장 유리한 곳에서 환전을 했다. 체코 동전은 프라하만큼이나 예쁘다.

예약해둔 호텔이 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 케리어는 끌고, 배낭은 메고 호텔을 찾아 걸었다. 트램을 피해서 겄는 것이 이젠 자연스럽다. 지금껏 거쳐 온 나라의 도시 거리 중에서 프라하가 조금은 덜 현대화돼있는 느낌이 든다. 때가 덜 묻었다는 이야기이다.

여행기간 중에 이용한 호텔에서 같은 4성급 호텔이라도 잘츠부르크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뮌헨이 가장 안 좋았고, 프라하는 중간 정도다. 프라하는 객실은 물론 엘리베이터까지 카드키를 감지기에 접촉시켜야만 움직인다. 쓸데없이 복잡해서 성가시다.

40여 개국을 여행하고 프라하에는 3번째 온다는 아들 말이 프라하는 파리나 유럽의 다른 도시와 달리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어 좋단다. 나는 아직도 파리가 좋은데... 이제부터 매력을 찾아봐야겠다.

카를교, 카를 왕의 이름에서 유래한 다리로 카를은 독일식 발음이고, 영어식 발음은 찰스라고 설명해준다.
시내에서 프라하 성 쪽으로 건너다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존 레넌 벽이 나온다.
체코가 공산주의 시절, 자유를 원하던 젊은이들이 반전주의자인 존 레넌의 죽음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의미로 노래 imagine 가사를 벽에 적어 놓았고,  공산 정부에서는 자유국가의 가수에 대한 내용이라 즉시 지웠고, 다음날 또 다른 누군가가 존 레넌에 관한 낙서를 하고, 정부는 또 지우고를 반복했다. 결국은 매년 한 번만 지우게 되고 그 위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비틀스와 존 레넌, 자유, 사랑, 반전에 대한 낙서를 해놓은 것으로 유명해지면서 존 레넌 벽이란 이름이 붙었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이라 한다. 그냥 벽이고, 낙서일 뿐인데 이야기와 연결되니 관광지가 된다.
파리에서도 샤크레 퀘르 아래에 사랑의 벽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곳엔 '사랑한다는 말이나 표현'이 세계 각국의 글로 적혀 있어서 유명해진 곳이다.
두 곳 모두 우리글로 된 내용을 찾고 기뻐했다.
사람들에게는 본래부터 낙서나, 창작하고 싶은 본능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본능이 문자가 없던 시절엔 그림들로 동굴에 그려지고, 보존된 것들은 소중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로 보호관리까지 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가 사는 지역에도 이처럼 스토리 텔링과 연결된 장소를 만들면 ㅡ 심지어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ㅡ 우리나라의 관광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봐야 할 곳, 체험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으면 관광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면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면서 돈을 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리공예품으로 유명한 프라하, 아기자기한 유리공예품들이 보석 못지않다. 유리 공예품들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정말 좋다.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럴 기회가 없으니 될수록 많은 시간을 내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 하나 사가고 싶지만 깨질까 걱정돼서 망설여진다. 우리나라 관광지를 가 보면 전국 어디고 비슷비슷한 기념품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고장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수공예품들이 준비되고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여행자들의 가방은 옷이나 세면도구 등 여행 시 필요한 개인용품들로 채워진다. 이것저것 챙겨 넣다 보면 가방이 다 채워진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에선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사고 싶어도 사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사고 싶은 물품을 보면서 머리 속에서 가방에 들어갈 공간이 있을까? 헤아리게 된다. 또 여행 경비를 생각할 때도 관광지에선 소품들 위주로 사게 된다. 우리 일행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을 해 보니 또 그렇다. 우리의 관광산업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여행가방 비우기가 마음 비우기와 같다. 비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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