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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l 09. 2016

생각, 마음, 하늘

머리 속에 갇힌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생각들이 좋아라 하고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흘러 다니는 생각들을 가만히 바라다본다. 바람이 조심스럽게 생각들을 헤집는다. 생각이 불편한 듯 뒤척인다. 하늘을 좋아하는 마음을 닮은 생각이 자꾸만 하늘로 오른다. 마음은 생각 속에 있다. 생각이 구름에 머무른다. 마음도 구름에 머무른다. 구름은 한순간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하고 흐른다. 마음도 일렁인다.

나는 초등학생 때 새가 되고 싶었다. 양손에 둥근 부채를 들고 마루에서 마당으로 뛰어내리며 부채 날개를 파닥였다. 아무리 열심히 날개를 파닥여도 땅에 닿는 시간은 같았다. 단 1초도 공중에 더 머무르지 않았다. 10Kg을 갓 넘은 몸무게였지만 두 개의 부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을 것이다.

마음도 그렇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복잡해지면 생각은 얽힌 실타래처럼 현실에 얽매여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마치 아무도 풀어내지 못한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생각에 매듭이 생긴다. 알렉산더의 칼에 의해 고르디우스 매듭은 끊어지지만, 본래 매듭은 풀어내야 하는 것이 속성이다.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 굳이 칼로 끊어 낼 필요까지는 없다.

갑자기 뚝 끊어진 마음은 닻이 끊어진 배처럼 갈 곳을 잃고 헤매다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는다. 무의식 속에 가라앉은 마음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불쑥불쑥 자신을 드러내어 생각을 흔들고 행동을 제어한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가벼워질 때에야 생각과 마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하늘로 오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오고 마음은 또 다른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부채로 하늘을 날고자 했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그때는 엄마도 아빠도 젊으셨다. 다정다감하셨던 엄마와 아빠를 세월은 늙게 하였다. 더구나 엄마는 우리를 떠나 지금 하늘에 계신다.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내려다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나무 그늘에 앉아 햇빛을 피했던 때에서 생각이 멈춘다. 멀거니 앞을 보니 강물이 은빛 물비늘을 반짝이며 흘렀다. 강가에 다가가 모자를 벗어 강물을 퍼 담았다. 모자에 가득 넘쳐흐르는 강물에선 은빛 물비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릇 아름다움이란 억지로 멈춰 세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생각도 마음도 한 곳에 멈춰 고집하지 않고 열려서 흐를 때 아름답다.

세월의 흐름은 엄마와 자식 사이의 천륜을 하늘과 땅으로 갈라놓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엄마가 노인당에 가시다가 쉬시며 보셨을 하늘이다. 하늘은 그대로인데 엄마는 안 계신다. 하늘에 계신 엄마가 우리를 내려다보시며 물비늘처럼 아름답다 하실까? 엄마도 우리를 생각하시겠지? 생각은 죽음이 만들어 놓은 빈 공간을 이어준다. 하늘과 땅 사이에 그리운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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