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가 그리워하는 꽃
산 그림자 좋아 산 기슭에 기댄체
잎 먼저 피고 지고서야
진홍색으로 피어나서
서로가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꽃
상사화 긴 꽃술에
꽃가루처럼 묻어나는 그리움
먼저 져버린 잎을 원망하기보다
늦게 피어난 자신을 원망하면서
이룰수 없는 참사랑에
한스럽게 고개 떨구고
슬픔을 감춘체 미소 짓는 꽃
옅은 그림자 자락에 피어나
그늘 속 벌 나비조차 살며시 찾아드는
그림자 속
진홍색이 더 붉어 도드라지는 꽃
꽃의 아픈 마음인 듯
꽃 주위엔 언제나 눈물 같은
물안개 피어나고
그 아래 작은 계곡 버들치
이끼 낀 돌에 슬쩍 입맞춤 같은 꽃
저만치 비켜선 상사화
새벽녘에 피어난 붉은 입술
갈라져 뻗은 꽃잎 안으로 모으고
잎 먼저 떠나간 흙 속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사그라져 간다.
그저 상사화인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