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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Jul 17. 2016

상사화(相思花)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가 그리워하는 꽃

산 그림자 좋아 산 기슭에 기댄체

잎 먼저 피고 지고서야

진홍색으로 피어나서

서로가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꽃


상사화 긴 꽃술에

꽃가루처럼 묻어나는 그리움

먼저 져버린 잎을 원망하기보다

늦게 피어난 자신을 원망하면서

이룰수 없는 참사랑에

한스럽게 고개 떨구고

슬픔을 감춘체 미소 짓는 꽃

옅은 그림자 자락에 피어나

그늘 속 벌 나비조차 살며시 찾아드는

그림자 속

진홍색이 더 붉어 도드라지는 꽃     


꽃의 아픈 마음인 듯

꽃 주위엔 언제나 눈물 같은

물안개 피어나고

그 아래 작은 계곡 버들치

이끼 낀 돌에 슬쩍 입맞춤 같은 꽃     


저만치 비켜선 상사화

새벽녘에 피어난 붉은 입술

갈라져 뻗은 꽃잎 안으로 모으고

잎 먼저 떠나간 흙 속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사그라져 간다.

그저 상사화인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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