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는 기본소득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사록 私思錄 5 기본소득을 상상해보다

by 동닙
스크린샷 2024-08-20 114520.png 수집한 1910년 1달러


지금 하는 일러스트작업은 회화만큼의 감정이입이 필요없다.


작업하는 동안 기본소득에 대해 생각해본다.

물론 나는 경제를 모른다. 이건 전문가의 분석이 아니라, 그림 그리다 떠올린 어찌보면 상상에 가깝다.



공장은 이미 로봇으로 돌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그나마 전문직과 창작직은 안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까지 만든다. 그것도 인간보다 빠르고 싸게, 그리고 점점 더 사람이 한 것인지, 인공지능이 만든 것인지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이제 경쟁 상대는 옆 사람이나 선,후배가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지금 20대 초반이 불안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은 평생 처음으로,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세대다. 20대 후반, 30대 초반도 마찬가지다.

이미 대체 가능하다. 냉정하게 앞으로 단 몇년뒤면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정점에 오를 때쯤, 아주 좁아진 ‘사람 몫의 일자리’를 두고 서로 싸우게 된다.

컴퓨터로 하는 일, 공장 생산, 배달, 단순 노동은 거의 전멸할 것이다.

예술도 예외가 아니다. 극소수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인공지능과 경쟁하다 밀려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체를 AI 회사에 팔아 사용될 때마다 몇 퍼센트씩 받는 방식으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작가가 아니라 데이터 제공자가 되는 셈이다.

노래와 춤도 비슷하다. 이미 가상 아이돌이 등장했고, 머지않아 너무 예쁘고 잘생긴 인간의 껍질을 쓴 로봇이 무대에 설 것이다. 광고 모델도 사람 대신 AI가 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딘가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도 곧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회가 될까?

극소수는 계속 돈을 벌고, 대다수는 점점 가난해진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가난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물건을 살 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소비하지 않는다. TV도 안 사고, 냉장고도 안 산다. 삼성이나 LG가 아무리 완벽한 자동화 공장을 돌려도, 살 사람이 없으면 생산은 의미가 없다.

부자들만을 위한 시장으로는 대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내수도, 세계 시장도 결국은 사람의 지갑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사람에게 소득이 없어진다. 소비도 없어진다.


지금도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상품을 만들고 팔 수 있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건 상위 플랫폼과 소수의 승자뿐이다. 만약 내가 티셔츠를 만든다고 해도 경쟁자는 수천 명이고, 그 위에서 프린트 회사, 앱, 배송 시스템, 광고 플랫폼이 돈을 번다. 수천 명 중 살아남는 건 스무 명 남짓일 것이다.


이 구조가 AI와 결합하면 더 극단적으로 바뀐다. 이제는 노력해도 올라갈 수 없을 가능성이 커진다. 왜냐하면 상위 1%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실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게으름도 무능도 아니다. 그냥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복지나 이상주의가 아니라, 시스템 유지 장치가 된다.

국가가 돈을 나눠주는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라,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최소한의 돈이라도 가져야 음식을 사고, 옷을 사고, 전기요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래야 기업이 매출을 올리고, 세금을 내고, 이 경제가 돌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소득이 없으면 자본주의가 먼저 멈춘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잘 모르겠다.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하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동시에 인공지능에 먹히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나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노동없이 취미와 탐구만을 기본소득으로 향유해갈지,

인공지능의 부속처럼 녹아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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