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되니 조조와 사마의를 닮고 싶다.

사사록 私思錄 11 끝까지 버티는 자

by 동닙


마흔을 넘기고 마흔의 중반에서 조조와 사마의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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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나는 삼국지를 읽으며 늘 유비 편이었고 오호대장군과 제갈량을 좋아했다.

인간미 있고, 의리를 중시하며, 고난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 옳바르다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조조는 교활하고 냉혹한 권력욕의 화신으로만 기억됐다. 또 그렇게 그려져있다.

사마의는 음흉하게 기회를 노리는 인물로 여겨졌었다. 또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다.' 라는 글처럼 제갈량에게 도망치는 인물로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마흔을 넘어 다시 삼국지를 보니, 그때의 판단이 참 표면적이었다는걸를 실감했다.

조조는 잔혹함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현실적 리더였다. 국가가 혼란에 빠졌을 때는 냉정함이 곧 생존의 도구였다.

그는 인재를 쓸 때 출신을 따지지 않았고, 기회가 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젊은 시절엔 이런 모습이 간사한 영웅이라 불리울만 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지금은 그 결단력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세상을 살다 보니, ‘마냥 좋은 사람’보다 ‘일을 해내는 사람’의 가치가 크다는 걸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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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 역시 그러하다.

예전엔 권세를 노리고 끝끝내 역모를 하는 야심가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인내의 천재이자 시대를 읽는 통찰자로 보인다. 그가 조조를 섬기고, 조비와 조예의 시대를 버티며, 끝내 진(晉)의 기틀을 닦은 과정에는 절제와 계산, 그리고 자신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냉정함이 있었다.

젊을 때는 ‘왜 저렇게 비굴하게 사나’ 싶었지만, 지금은 인생의 길이가 긴 만큼 순간의 감정보다 장기적 흐름을 보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리더십과 생존, 인간관계의 문제를 삼국지 인물에게서 다시 읽으니, 예전의 선악 구도는 무의미하다.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하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사람은 너무 다층적이다.


조조의 능력은 냉혹한 현실 감각 위에 세워졌고, 사마의의 성취는 오랜 인내와 계산의 결과다.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이 냉혈로 보이든, 교활로 여겨지든, 결국 역사는 성과로 기록된다.


마흔이 넘어 나 또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수없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상을 붙잡다 기회를 놓친 적도 있고, 현실에 무릎 꿇은 적도 많다.

그런 경험들이 조조의 냉정함과 사마의의 침묵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젊은 날에는 정의라 쓰고 선으로 의미되는 것을 좇았지만, 지금은 냉정함 속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삼국지는 누가 옳고 그르다를 말하는게 아니다.

수 많은 등장인물의 서사와 인생의 돌발성, 운명과 현실속에서 이상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상만 쫓는 사람도 있고, 현실만 쫓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삼국지는 나이와 함께 다시 써지는 책인것 같다.

나이 들수록 ‘누가 의로운가’보다 ‘누가 끝까지 버텼는가’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조조와 사마의가 있었다.

'현실'이라는 두려움이.

지금의 자신을 버티는 전략과 마음가짐이 모든 것의 우위에 선다.


그게 40대의 중반을 넘어가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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