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록 私思錄 12 장도연의 수상소감
요즘 제가 ‘삼국지’를 읽는데, 거기 보면 겸손하지 않은 인물들은 다 죽더라. 이 무서운 예능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 말씀처럼 늘 겸손하게 살겠다.
-장도연 수상소감
다시 겸손의 미덕이 주목받는 사회가 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회에서 겸손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그것에 지쳤기 때문이다.
능력은 넘쳐나지만 신뢰는 어려워졌다.
상호존중이 상실된 시대에 사람들은 다시 태도와 인성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겸손은 미덕이라기보다, 불신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처신이자 커트라인이 된듯 하다.
손흥민과 오타니 쇼헤이는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각 종목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최정상급 실력을 갖췄다. 동시에 늘 자신을 낮추고 팀과 주변을 먼저 언급한다. 인터뷰에서 공을 동료에게 돌리고,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훈련과 자기관리에서도 과장이 없다. 최고의 실력과 겸손, 성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일상처럼 증명한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생긴다.
손흥민의 아버지도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예전 요한 크루이프는 자신이 만나본 월드클래스 선수들 가운데 인성이 나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세계 최상위 레벨에서는 재능이 기본값이 된다. 그 위를 가르는 것은 태도, 팀을 대하는 자세,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다. 거만함은 일시적으로는 자신감을 가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협력과 신뢰를 갉아먹는다.
이번 연예대상 수상소감에서 장도연 역시 겸손을 이야기 했다.
장도연이 언급한 삼국지연의에는 거만함이 곧 파멸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첫째는 그이름도 유명한 관우이다. 관우는 무용과 명성에서 당대 최고였다. 그러나 형주를 지키는 과정에서 오만함이 누적되었다. 오나라를 얕보고 외교를 무시했다. 결과는 포위와 패배, 그리고 참수였다. 실력은 있었으나 상황과 사람을 낮춰본 대가였다.
둘째는 마속이다. 제갈량의 신임을 받았으나 자신의 재능을 과신했다. 가정 전투에서 명령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움직였고, 패배로 이어졌다. 마속은 결국 처형되었다. 읍참마속의 성어가 바로 마속에서 나왔다.
삼국지는 반복해서 말한다.
재능 위에 겸손이 없으면 목숨조차 지켜주지 못한다고. (그 외에도 너무나 많다.)
그런데 왜 지금 겸손이 화두일까?
아마도 더 이상 겸손과 예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사회가 보내는 경고일 것이다.
모두가 자신을 증명하느라 바쁜 시대, 말은 커지고 태도는 거칠어졌다. 그 와중에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성실을 반복하는 사람은 오히려 눈에 띈다. 성공을 하려면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할 하나의 덕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위에서 말한 손흥민과 오타니라는 세계적 대스타가 겸비한 인성을 우리는 현실로 보고있다.
개인주의의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추켜세우는 미국에서도 두 스타의 겸손은 통하고 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의 위치와 한계를 정확히 아는 능력이다.
실력이 있는 사람의 겸손은 신뢰를 만든다. 실력이 없는 사람의 거만함은 소음이 된다. 사회는 다시 겸손을 말한다. 오래 가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한 집단적 기준의 재조정이다.
이 흐름은 유행이라기보다 역사속에서 사회의 선택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잘난 사람은 많다. 그러나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겸손이 다시 불리는 이유는, 그 드문 조건을 다시 필요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