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록 思私錄 17 빛바랜 긍정의 힘
몇 년 전부터 읽던 블로그가 있었다.
늘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성실함과 부의 축적을 이야기하던 사람.
많은 사람들이 ‘깨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의 글은 정제되고 힘을 주는 문장들로 가득했다. 나 역시 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삶의 방향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긍정적이고 너무 착한 사람’에게서 늘 느껴지는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그 후로 관심이 서서히 멀어질 즈음, 나는 스레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다시 마주한 그는 이미 영향력 있는 ‘대형 스레더’였다. 팔로워 수만큼이나 그의 말 한마디는 파급력이 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용자가 “내 글을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작가는 무시 대신 ‘차단’으로 대응했고, 바로 그 차단이 불을 붙였다. 이후 댓글에는 복사·붙여넣기 흔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너무 늦게 올린, 형식적인 사과문이 마지막으로 공개되었다.
긍정을 말하던 작가의 표절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가 과연 ‘작가’일까?
아니면 여기저기에서 고른 문장을 꿰맨 ‘편집자’에 불과할까?
무단으로 베껴 모은 명언과 문장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책으로 팔렸다는 사실이 허탈했다.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생각을 적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잊고 사는 게 있다. 자신의 계정에서 쓴 글은 저작물로 인정받으며, 그 순간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남의 글을 인용하거나 공유할 때는 허락과 출처가 필요하다. 그 기본을 지키지 않은 ‘표절’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훔치는 행위다. 그 어떤 ‘동기부여’보다도 더 비윤리적이다.
나 또한 그 작가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었다.
그의 긍정적 어조와 ‘꾸준히 써라’라는 조언은 한때 내 글쓰기의 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적으면 안 되는 걸까? 매 글마다 교훈이 담겨야 할까? ‘좋은 글’이란 꼭 세련되고 완벽해야 하는 걸까? 이러한 질문 끝에 나는 방향을 틀었다. 꾸며진 문장 대신, 내 일상과 생각, 그리고 그림 속 감정을 담는 ‘솔직한 일기 형식’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비로소 글 쓰는 일이 다시 즐거워졌다.
표절 사건 이후에도 그 작가는 여전히 수만 명의 팔로워를 유지하고 있고, 그의 책은 여전히 팔린다.
블로그엔 사과문의 흔적조차 없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부나 명성을 위해 타인의 문장을 도용하는 것도 동기부여로 포장될 수 있는가?
이런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생각을 공유하고, AI가 문장을 다듬는 시대다. 하지만 그만큼 감시의 눈도 많다. 팔로워 숫자는 단순한 인기가 아니라, 책임의 크기를 의미한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행동의 무게 또한 커진다.
작가란 결국 자기 언어로 세계와 마주하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글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표절은 법적 문제를 넘어 그 태도를 무너뜨린다. 남의 생각으로 채운 글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스피커에 가깝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완벽한 글보다 정직한 글을 택하게 되었다.
잘 쓰려는 욕심 대신, 솔직하게 쓰려는 마음이 남았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되었다. 이번 일은 나에게 거창한 교훈을 주기보다, 글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으로써 더더욱 경각심을 깨우쳤다.
그것만으로도 이 경험은 내 안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잊지말자.
올라가는 것은 한 세월이고, 추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