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록 思私錄 20 튼튼한 뿌리 만들기
이제부터 아이들에게 철학(질문하는 힘), 인문학(세상을 바라보는 힘), AI(현실적인 힘) 이 세 가지를 조금씩 소개시켜주려고 한다.
최근 부쩍 인공지능과 미래에대해 말하는 동영상이 많아진 걸 느낀다.
법학자, 경제학자, 과학자, 철학자 모두 미래가 밝기만 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하나같이 빠르면 5년 안에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일명 AGI: 범용 인공지능)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실제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5~10년 내 인간 수준 AI가 등장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AI는 이미 고객 상담, 문서작성, 단순 코드 작성 등에서 사람의 역할을 상당히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에서 그치지 않고 각 기업의 실제 도입과 일상 업무에 스며들고 있다. 어떤 분석에서는 자동화가 향후 수십 년 간 수많은 직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두 하나같이 “AI가 인간의 일을 가져갈 것”이라는 미래를 말한다.
빠르면 5년, 10년이면 전 직종의 인공지능화가 거의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온라인에서도 화제다.
그렇다면 10년 안에 난 아이들에게 뭘 소개해야 할까?
인간만이 갖고 있는 것. 인간애, 인간성, 인간다움일 것이다.
이제 현실의 AI를 한번 마주해보자.
인공지능은 기존의 도구와는 본질이 다르다. 단순히 계산 속도가 빠른 계산기나 인터넷 검색창이 아니다. 경험과 패턴을 학습하고 스스로 예측하며 인간의 일부 인지 작업까지 수행하는 ‘지능 체계’다.
따라서 단순작업뿐 아니라 설계, 번역, 상담, 콘텐츠 생성 등의 영역에도 깊이 들어왔다.
여기서 중요한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I를 학생 숙제에 무작정 쓰게 했을 때 오히려 학습 효과가 떨어졌다는 실제 실험 결과가 있다. 이는 결국 도구가 인간의 지적 과정을 대체할 때, 인간의 자체적인 사고력이 침식될 수 있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운동하러 짐에 가서 내가 무게드는게 힘드니, 트레이너에게 고중량 고반복을 부탁하는셈. 자신이 습득하는게 아니라 인공지능만 더욱 학습시키는 결과)
인간은 질문을 던질 때 성장한다.
단순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드러낸다. 철학은 바로 이 질문의 힘을 기르는 학문이다.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끌어내는 힘, 문맥을 읽고 가치 판단을 하는 눈, 그리고 다층적인 관점을 갖게 하는 훈련이다.
그리고 인문학은 세상을 전체로 바라보는 힘을 준다.
기술적 변화 속에서 사람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역사적으로 인간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단지 기술을 사용하는 도구인 인간이 아니라, 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의미의 중심으로서의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AI 시대의 현실적인 힘은 무엇보다 이 도구를 이해하고 잘 다루는 능력이다.
AI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한계를 인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빠른 학습과 반복작업에서 인간을 훨씬 능가하지만, 맥락, 윤리, 가치, 감정이라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나는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로의 변화에 10대, 20대를 보냈고 30, 40대에 스마트로의 변화를 보냈다. 그것이 끝나가며 인공지능의 본격화를 지금 바라보고 있다.
우리 아이는 10대 중반이 되면 모든 것이 인공지능화가 되었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려면 인공지능 위에 올라타야 한다. 기본소득을 받고, 노동 없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떤 미래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선 인공지능을 학습하고 잘 다뤄야 하고, 그 뿌리에는 인문학과 철학으로 단단히 땅 깊숙이 내려야 한다.
우리는 질문하는 존재로서,
기술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존재로서,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스스로 만드는 존재로서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기술보다 먼저 철학을, 속도보다 먼저 인문학을 바탕으로, 그리고 그 위에 인공지능을 만들어 나아갔으면 한다.
철학은 “무엇이 중요한가”를 묻는 학문이고, 인문학은 “그 중요함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알려주는 지도다. 그 위에 올라타는 AI는 비로소 방향을 가진 힘이 된다.
나는 내 아이가 단순히 기술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질문하고, 다루며, 때로는 거부할 줄 아는 인간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철학과 인문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함께 가르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