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허리가 85도 쯤 굽은 춘희 할매와 60도 쯤 굽은 막이 할매의 시간은 함께 흐른다.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시선은 항상 서로의 모습을 쫓고 있다. 박혁지 감독은 두 할매를 하나의 프레임에 담는다. 유리창을 가운데 두고 각기 다른 방향에 자리한 할매들은 한 편이 될 수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보여주는 투명 창을 통해 함께하는 것이 숨 쉬듯 자연스럽다는 것을 전달한다. 총 4년의 제작 기간, 2700 페이지의 프리뷰 노트, 180 시간의 촬영 원본만으로도 <춘희막이> 에 대한 박혁지 감독의 애정을 가름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감독이 할매들을 바라보는 시선만큼 애정어린 것은 없다. 영화를 통해 이제는 보기 힘든 아들 선호 사상이 낳은 악습. 고렁화 사회의 노후 문제, 점차 중요성이 더해지는 웰 다잉 문제 등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제기하고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웃기다는 소녀 감성 뺨 치는 두 할매의 꺄르륵 웃음을 마음껏 들을 수 있고 그 천진난만에 동참 할 수 있다는 것, 감동의 순간을 찾아 헤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춘희 할매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 궁금하지만 그것은 미결로 남기고 부디 두 할매가 건강하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