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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핑거 Mar 29. 2019

결말은 마지막에 오기 때문에 결말이다


연재 소설 작가들이 작품을 말아먹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독자가 원하는 댓글대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장기간 인기를 끌던 작품도 딱 3회 안에 조기종결이 된다. 이른바 독자에게 휘둘리는 현상인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독자들은 스토리의 끝을 바란다. 우리의 삶으로 이야기하자면 꿈이 단숨에 이루어지는 현상이랄까. 로또 당첨, 미녀와의 결혼, 창업 대박 등등, 평소 우리가 원하던 것들이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랄까.


그게 현실이 된다면 즐거울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순간'만 즐거울 것이다. 그리고 스토리는 급격히 추진력을 잃게 된다.


정점에서 몰락한 사람들의 뉴스를 자주 볼 수 있다.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이 몇년 뒤에는 사기와 횡령 마약과 음주 난동 같은 뉴스로 구설에 오르는 것이다.


이건 마치 이야기가 단숨에 결말을 향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게임으로 치자면 치트키를 썼다고나 할까.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치트키를 써서 무적이 되면 그 순간은 잠깐 재밌지만, 이후의 정말 재밌는 구간들은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지게 된다.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를 볼 때 처음에 주인공이 고난에 처하자마나 그걸 극복하고 끝이 난다면 아무도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 스토리란 역경을 극복한 뒤에 그에 걸맞는 보상으로 행복이 찾아오기 때문에 만족을 준다. 그 행복이란 그간 겪은 고생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우리의 삶에 로또 같은 행운이 흔치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의 삶은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 보이는 행운을 타고난 것 같은 사람이라도 그의 삶 역시 고난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진행을 통해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이에 뜬금없는 행운은 그래서 독으로 작용한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갑자기 결말이 나오는 것 같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반짝 스타는 그래서 쉽게 몰락한다. 반면 고생한 스타는 인기가 오래 간다. 고생 끝에 오는 낙이야 말로 삶에 있어서 행복의 본질임을 알기 때문이다.


단숨에 행복을 바라지 말자.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아마도 긴장감 넘치는 중간 부분을 지난 다음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이야기의 시작 지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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