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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Nov 03. 2021

때때로 찾아오는 불안에 대하여

요 며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살짝 불안정할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조금 심심한 기분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 뭐 잘못하고 있나? 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고 새로운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고 싶다. 마음의 우물이 말랐다는 뜻일까? 

뭔가 아쉽다는 이 생각이 계속 딴짓을 하게 하고 어느새 핸드폰을 스윽 가져다 들여다보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침에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는데, 그 계획대로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어디 멀리 떠나고 싶다. 아까는 이집트 카이로의 호텔을 찾아봤다. 카이로 박물관이 피라미드 근처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남편이 해줬는데 그래서 그런지 피라미드가 보이는 호텔들이 많이 떴다. 비싼 호텔도 있지만, 시설도 좋은데 놀랄 정도로 싼 곳도 많았다. 지금 이집트는 관광객들이 있을까?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뚝 끊겨서 호텔이 싼 걸까? 

우리나라 어딘가로 떠나고 싶기도 하다. 충남 어느 곳에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곳이 있다는데.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그 순례길을 걸어도 감흥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은 다 천주교 신자인가? 그건 아닌 것 같던데. 그런 길을 오래오래 걸으면 기분이 어떨까? 인천에 신호등도 없이 오래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던데 나도 거기 가서 한 번 걸어볼까? 친구 없이 나 혼자 가면 어떨까?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 갈까? 대학 동창 친구는 왜 요즘 연락이 없을까? 걔도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자주 뭔가 아쉽고 심심하고 외로울 것 같은데. 나한테 뭐 화났을까? 내가 약속장소를 휙휙 바꿔서 나한테 질렸을까? 

이렇게 생각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팔자가 참 좋은 것 같고 편안하다. 이런 편안한 마음 상태로 살 수 있어서 참 좋다.      

불안한 마음은, 더 채우고 싶은 내면의 부름이라고 생각한다. 더 풍성하게 더 자유롭게 더 넓게 살라는 내면의 요구. 그래서 꼭 부정하고 싶지만은 않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되는대로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요즘은 한자리에서 깊이 파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번역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마음이 들썩이나 보다. 그래서 이렇게 내 마음을 글로 적어본다. 마음을 알아주라고 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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