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도 생각하기
오후에 베이글을 만들어봤다. 아이들이 베이글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두어번 사서 먹었는데 그걸 보니까 나도 좀 만들어볼까 싶어서 찾아보고 오늘 고민을 좀 하다가 슈퍼에 가서 드라이이스트를 사왔다.
밀가루 300그람으로 베이글 6개를 만드는 요리법을 블로그로 찾아본 후 똑같이 만들었는데 베이글 반죽을 하고 있으려니 남편이 또 교당 가져가려고 하냐고 물었다.
몇 달 사이에 교당에 사워도를 몇 번이나 만들어서 가져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교무님한테 드렸다. 교무님은 이런 빵을 너무 좋아하신다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는 얘기도 몇 번이나 하셨고 다른 교도들이 있는 곳에서도 내가 준 빵에 꿀을 발라서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사촌 언니가 내가 다니는 교당에 오게 됐다. 그 언니랑 유명한 스콘집 앞을 지나가면서 여기 스콘 맛있다고 했더니 언니가 자기는 그런 단 제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사워도 만들어줄 테니까 한 번 먹어봐, 해서 다음주에 만들어서 줬다.
언니는 교당에서 준 점심을 먹은 후 커피 마실 때 내가 준 빵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너무 맛있다면서 맛있게 먹었다. 또 다음주에 만났을 때도 집에 가서 버터 발라서 먹어봤더니 정말 더 맛있었다고 너무 좋아했다. 정말 보람이 많이 느껴졌다. 그걸 듣고 다른 사람이 자기도 구워달라고 해서 그 다음주에 그분에게도 구워줬다. 그분은 잘 가지고 가시긴 했는데 맛있다 없다 이런 말은 안 하셨다 .
이후 사촌언니에게도 한 번 더, 교무님에게도 한 번 더 빵을 구워주었다. 너무 매주 연속으로 토요일마다 빵 반죽을 했더니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좀 힘들긴 해서 몇 주는 쉬어야 할 것 같다. 사워도는 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40분 넘게 구워야 하는데 베이글은 밀가루 양이 같아도 작게 나눠서 구우니까 20분만 구워도 돼서 좋았다. 하지만 모양이 좀 부족해서 빵이 너무 똥똥하게 나왔다. 다음에는 좀 더 잘 구워보고 싶다. 내일 아침에 아이들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사워도를 굽는 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만드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에게 구워주기도 편하다. 가끔 동생한테 구워 주는데 동생은 이 빵을 정말 좋아해서 항상 맛있다고 감상을 보내준다. 그런 반응을 얻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아서 다음에 또 해주고 싶다.
하지만 빵을 주고 마음을 상한 일도 몇 번 있었다. 한 명은 내 빵에 대해서 발효가 안 됐다, 마늘 냄새가 난다, 뒤집어서 발효를 해라, 등 온갖 트집을 다 잡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그랬다고 했다. 정말 당황했었다. 또 한 명은 내가 빵을 건네주면서 '나 이거 장사해볼까봐' 했더니 자기가 냉정하게 평가해준다고 해서 앞에 말한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싸우고 말았다. 내가 장사해본다고 까부는 게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고 나는 걔가 냉정하게 평가까지 할 일인가 싶어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아니면 평소에 나를 싫어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내가 잘났다고 나대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모두가 내가 준 빵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한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으니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감동하고좋아해야 주는 사람이 기분이 좋고 또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기에게 주어진 하루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교무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때 나는 이 빵을 선물한 기억을 떠올렸다. 교무님이 빵을 받고 좋아하시는 걸 보니 당연히 또 구워주고 싶었고, 친구가 빵을 받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결국 싸우게 되자 친구와 멀어지기까지 했다. 더 좋은 걸 받기 위해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가....... 고마워할 일이니까 그걸 더 알아야 한다는 뜻이겠지. 너무 난리치면서 좋아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고마움을 잊지 말긴 해야 한다. 고마워할 새 날이 곧 다가온다. 즐겁게 잠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