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으면 그게 가장 큰 행복

그래서 수제 맥주를 4잔이나 마셨잖아

by 올리브

아는 분이 영화 상영회를 한다고 해서 언니랑 찾아갔다.

독립 영화 한 편을 보여주고 수제맥주와 다과를 제공하고 영화 끝나면 감독과의 대화도 하는 알찬 행사였다.

가는 길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언니랑 광화문과 청계천을 걸었는데 아름다운 청계천을 걷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어느새 시간이 다 돼 있었다. 언니랑 부랴부랴 길을 찾아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길을 건너고 한참 걸어서 드디어 영화 상영하는 건물에 도착했다.

다행히 진행자가 소개를 하고 있어서 영화 시작 전에 들어갔고 초대해주신 분이 맥주와 다과를 챙겨줬다. 다과는 쥐포와 토마토와 바나나였다.

수제 맥주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흑맥주, 하나는 노란맥주였다. 언니에게 한 잔 주고 나도 한 잔 마시는 순간, 느낌이 딱 왔다.

맥주에서 깊은 향과 고소하고 진한 시원함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마셔도 마셔도 맛있는 최고의 맥주였다. ㅇ언니는 더운 날씨에 너무 걸었는지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면서 한잔을 금세 비우고는 영화 시작하자마자 잠들었다. 나는 그 옆에서 맥주를 한 컨 마시고 나머지 한 컵을 또 마시고 또 가져다가 또 마시고 또 가져와서 또 마셨다. 담은 지 한참 지난 맥주도 맛이 좋아서인지 전혀 맹맹하지 않았고 마실 때마다 진하고 구수한 향기가 팡팡 목을 울려줬다.

술은 항상 음미하며 마신다는 게 너무 좋다. 그렇게 음미하면서 뭔가를 먹을 때 내가 이긴 기분, 제대로 살았다는 기분이 들면서 모든 게 괜찮아진다. 그래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뒤탈을 생각하면서도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중에 아쉬워지지 않게 많이 마셨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는 아니지만 아주아주 맛있게 먹으면 암튼간에 무지하게 행복하다.

술에 약간 취하니까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옆에 언니가 있다는 것과 나를 초대해준 사람이 있다는 것, 감독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모두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영화가 끝난 후 언니가 밥도 사줘서 맛있게 먹었다. 밥 먹으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즐겁게 놀다가 집에 왔다.


그런 맛있는 맥주 언제 또 마실 수 있을까? 기다려진다.

내일은 또 내일의 먹을 것이 나타난다. 모든 음식이 무한히 맛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먹을 때마다 온전히 맛있게 먹어서 또 이기자!


KakaoTalk_20250923_225846237.jpg


작가의 이전글빵 만드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