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눈부신 이야기 <눈에서 온 아이>

by 올리브

아들이 학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며 가지고 온 책.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최근 재미있는 책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책들보다 훨씬 몰입되고 감동적이고 슬프고 아름다웠다.

아기를 잃고 늘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힘들었던 잭과 메이블은 알래스카에서 조용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 농사 짓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런 땅에서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점점 외로워진 메이블도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고향의 소란스러움, 그 속에서 느낌 고립감 때문에 힘들었던 두 사람이 상상하는 둘만의 고요한 삶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때 시내에서 마을 이웃 벤슨을 만나 농사일에 도움을 받는다. 아들 세 명을 키우는 벤슨 가족의 부인 에스더는 이야기할 사람이 생겨서 좋다면서 메이블과 잭 부부를 환영하고 여러 가지 살림살이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고 싶었던 메이블도 편견없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에스더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첫눈이 내리고 메이블과 잭 부부가 마당에 나가서 아름다운 눈을 감상하다가 눈사람을 만들고 얼굴이랑 장갑 같은 악세사리도 달아준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 부부에게 눈으로 만든 듯 하얗고 가녀린 소녀가 자꾸 나타난다.

메이블은 어릴 때 읽었던 러시아의 동화에 나오는 듯 눈으로 만든 아이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잭이 사냥감을 찾아 숲을 헤매는 도중에 만난 소녀가 아버지의 시신을 잭에게 보여준다. 술에 찌들어 딸 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의 시신은 벌레가 꼬이고 있었다. 잭은 부인 몰래 오랜 시간을 들여 나무를 잘라 태워서 땅을 녹이고 땅을 파서 아버지의 시신을 묻어준다. 겨울에 땅을 파려면 나무를 태워 땅을 녹여야 하는구나..... 이렇게 처음 보는 광경이 많았다.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었던 소녀는 부부에게 큰 애정을 주지만, 봄이 되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거짓말처럼한뼘씩 훌쩍 키가 커서 첫눈이 내릴 때 돌아왔다. 벤슨 가족의 막내 아들이 부부의 농장일을 도와주고 겨울이 되면 아이가 찾아오고 숲에서 사냥감을 찾으며 한 해 한 해 지나며 발전하는 이야기.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눈물 마를 새 없이 읽은 책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우리보다 큰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브레네 브라운의 책 <마음 가면>에서 읽었는데 그 책이 아니라 다른 어떤 책을 봐도 그렇게 쓰여 있기는 하다. 우리는 연결돼 있어서 서로를 이어주는 사랑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그걸 알아가면서 삶의 기쁨이 생겨나는 것 같다. 잭과 메이블 부부가 먼 길을 거슬러 알래스카까지 가서 결국 찾아낸 행복과 평화가 너무 다행스러웠고, 많은 생명이 숨어 있지만 폭풍이 몰아치면 금세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자연의 묘사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2016년에 나온 책인데 1쇄인 걸 보니 많이 안 팔린 것 같다.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역시 품절이다.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분들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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