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 왜 이렇게 인기인지는 몰라도 재밌다

요즘 도서관에서 절대 절대 못 구하는 책

by 올리브


독서모임에서 한 사람이 양귀자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 선정한 책이다.


사실은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 옛날 책을 왜? 이런 마음에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그주에 교보문고에 갔더니 양귀자의 소설 한권이 베스트셀러에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일인가? 양귀자는 내가 어릴 때 정말 많이 듣던 이름이다. 목이 긴 작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작가의 사진을 많이 봤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진 않았다. 이유는 특별히 없었던 것 같고 아직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이 이거라서.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은 쌍둥이 자매 중 결혼을 참 재수없게 해서 평생이 고달픈 자매의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무슨 일인지 신혼 2개월만에 술마시면 폭군으로 변하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됐는데 그러고도 그 결혼을 유지하고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다는 아버지의 말을 믿는 건지 어쩐 건지 주기를 늘려가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조폭이 되어 사고만 치는 아들을 위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고 가장이 집을 비운 집을 위해 시장에서 양말 장사를 한다.


그러나 이모는 멋진 건축가 남자를 만나서 강남의 부잣집에서 아이 두 명을 유학 보낼 만큼 윤택하게 살고 있다.


안진진은 어릴 때부터 이모를 좋아해서 엄마 생일에 이모를 찾아가서 엄마에게 한 번도 준 적 없는 꽃을 선물하고 구애 중인 남자에게는 이모가 엄마라고 속인다.


사실 안진진에게는 남자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열렬하고 감성적이며 여자에게 아주 주장도 하지 않는 순수한 남자, 한 명은 안정적이고 재미있고 잘보이고 싶은 마음조차 별로 들지 않아서 가정의 치부를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남자. 요즘 시선으로 보면 그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안진진은 감성적이고 순애보를 바치는 남자에게 더 어려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러다 순탄하고 행복하게 사는 듯한 이모의 마음에는 사실 무서운 허무함이 들어있고 더럽게 고생한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삶에는 활력과 보람이 들어 있다. 사실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를 수도 있다. 화려하게 사는 것 같아도 가식이나 공허함으로 괴로운 사람이 있고 지지리궁상으로 살아도 일상에서 행복이 넘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모순을 꿰뚫고 남이랑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부잣집 남자를 거부할 필요가 없고, 보람을 느끼기 위해 알콜 중독자나 성격파탄자를 찾아 결혼해서도 안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고 그런 결론을 내릴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꺠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스물여섯, 대학을 중단했고 사무직으로 일하며 등록금을 버는 건지 결혼할 돈을 버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혼을 진지하게 계획하고 있는 이 아가씨는 기특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 참 멋지다. 그러면서 이모와 엄마와 아버지와 남동생의 삶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결혼할 사람도 적극적으로 찾는다. 아버지도 아니고 이모부도 아닌 자기만의 남자를 찾았으리라고 생각하고 그 가정에서 잘 살아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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