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다....
우리 가족은 추석 연휴를 맞아 상하이에서 놀다 왔다. 국내에서 돈을 많이 써야 하지만... 평상시에 많이 쓰니까 봐주세요.
상하이 마지막 일정은 디즈니랜드였는데, 나랑 딸은 하루만 가고 남편과 아들은 이틀 가기로 해서 둘째 날 딸과 나는 네일 아트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디즈니랜드 근처 숙소에서 네일숍이 어디 있는지 대체 알 수가 있어야지... 저녁 먹으러 걸어다녀봐도 발마사지 가게는 많은데 네일샵은 도통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중국은 구글 지도가 잘 안 돼서 중국 지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나는 한자를 도통 모르니까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알리페이나 위챗으로 결제를 해야 하는데 내가 알리페이도 다운받고 유니온페이 카드도 만들었는데 알리페이에 유니온페이를 등록을 다 못 하고 가서 결제를 못했다. 결제 문제, 네일숍 찾는 문제... 이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아이는 네일숍에 꼭 가고 싶어해서 안 갈 수도 없고 참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번역기로 네일숍이 뭔지 찾아서 그걸 바이두 지도에 넣고 눈치로 검색을 해봤더니 의외로 가까운 곳에 네일숍이 있었다. 그리고 중국은 꼭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것 같아서 또 고민했는데 예약은 도저히 할 수 없으니 그냥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아이랑 점심 때쯤 나가서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나가다가 본 곳 중에서 조금 깔끔한 느낌이 있는 곳에서 만두랑 국수를 먹기로 했는데, 첫 가게부터 딸의 카카오 페이 결제가 힘들었다. 내가 결제를 할 수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보니 아이가 한국에서 쓰던 카카오 페이로 알리페이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걸 남편이 알게 됐던 거다. 그걸 전날 다른 가게에서 해봤더니 다행히 가게의 스캔 기기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식당에 갔다. 보통은 알리페이나 위쳇 패이를 켜서 바로 주문을 하는데 주문은 직접 하고 스캔 결제로 하겠다고 번역기를 통해 이야기한 후 아무거나 막 시켰다. 그렇게 주문한 국수와 만두는 맛이 되게 없었다........ 그래도 주문은 성공.
두 번째로 밀크티를 마시러 갔는데 거기서는 스캔기가 없어서 결제를 못했다. 흠.... 그래서 그냥 네일샵을 찾아갔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곳을 찾으러 뒷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의외로 네일숍이 네 군데나 있었다. 그때도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고민고민고민. 한 곳은 좀 허름해 보이고 한 곳은 깔끔해 보이는데 비쌀 것 같아서 걱정이고... 그러다 깔끔해 보이는 곳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내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해도 듣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두 번째로 들어간 집은 손님이 없었고 내가 번역기를 돌려서 '예약 없이 왔는데 네일 아트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좋다고 가격도 알려주고 앉으라고 해서 앉았다. 어머니와 딸이 하는 것 같았는데 젊은 사람도 착하고 내 또래로 보이는 사장도 아주 시원시원했다. 가격은 68위안. 아주 저렴했다.
손톱을 칠하는 동안 아이가 '결제가 안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해서 그럴 리 없을 거라고 하고 마음 편하게 있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그 가게에는 스캔하는 기기가 없었다. 그때부터 정말 힘든 고행이 시작됐다.
젊은 사람이 은행에서 돈을 뽑으라고 해서 같이 갔다. 그런데 내가 지갑을 안 들고 갔기 때문에 호텔로 가야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도 나를 따라왔다. 절대 우리를 혼자 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도 우리가 졸지에 먹튀를 하게 생겼다며 곤란해 했다. 지갑을 가지러 호텔에 가는 길에 카드 하나가 내 핸드폰에 끼워져 있는 게 기억났다. 지갑에 넣으면 교통 카드가 두 개가 돼서 핸드폰에 넣어뒀던 거였다. 다행히 마스터 카드로 해외에서도 쓸 수 있는 카드라서 그걸로 돈을 찾아보기로 했다. 은행은 두 블록 정도 걸어야 하는 곳에 있었다. 땡볕에 셋이 걸어서 은행에 도착했는데 은행 직원한테 물어보니까 카드가 있으면 돈을 뽑을 수 있을거라고 부스로 데려다줬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카드를 넣어 돈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자꾸 비밀 번호 6자리를 누르라고 해서 생각나는 대로 눌러봤는데 번호가 틀리다고 안 된다고 했다. 나 혼자서도 해보고 젊은 사람과도 같이 해봤는데 안 돼서 할 수 없이 호텔로 다시 가자고 하고 나왔다.
오는 길에 그 사람이 너무 더워서 음료수를 사주겠다고 슈퍼에 갔다. 정말 나랑 우리 딸은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 됐다. 그래도 음료수는 시원하고 맛있었다. 가는 길에 디즈니랜드에 간 남편에게 카톡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정말 나랑 우리 딸이랑 그 직원이랑 네일샵 사장이랑 남편이랑 다들 곤란한 상황이었다. 결국 호텔에 가서 지갑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내가 며칠 전에 보이스 피싱 비슷한 걸 당해가지고 카드 번호와 cvc 번호를 모두 써준 일이 있었다. 무슨 자라 럭키 박스를 3천원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정보를 입력했더니 그후 자꾸 '해외 결제가 실패했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체크카드였는데 돈이 부족하다보니 결제가 안됐는데, 결제가 안되니까 금액을 줄여서 자꾸 결제 시도를 했는지 결제가 실패했다는 문자가 4번이나 왔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카드의 해외 결제를 차단시켜놨었다.
그래서 이 카드를 들고 은행으로 가는 길에 해외 차단을 풀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은행 앱을 아무리 뒤져도 못 찾겠는 거다. 그 와중에 남편은 무슨 가게냐, 왜 그런 것도 안 되냐, 배째라, 알아서 결제를 하라고 해라... 자꾸 그래서 정말 내가 이성을 잃지는 않았는데 방법을 알 수가 없어서 참말로 난감했다. 지갑에 든 만원 짜리를 줄 수도 없고 어떡하냐고.... 그러다가 남편이 가게 알리페이 아이디를 주면 자기가 송금해줄 수 있다고 해서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이디가 적힌 화면을 보여줬고 그걸 사진 찍어서 보냈더니 남편이 1분만에 136위안을 보내줬다. 헐....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었는데.
중국 여행은 정말 결제, 결제, 결제!!! 그게 제일 중요했는데 그걸 못해서 정말 그 하루 생고생을 했다.
하지만 우리를 끌고 다니면서 괜찮다고 하고, 더우니까 음료수도 사주고, 우리 아이 피부가 하얗다고 예쁘다고 해준 그 소박한 젊은 아가씨 너무 고맙다.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면 진작 화를 버럭버럭 내고 짜증을 내고 우리를 협박했을 것이다.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계속 괜찮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호기심을 보여줬던 그 순수한 소녀..... 그 아가씨가 앞으로 꼭 성공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 후 한숨 돌리고 직원과 길바닥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딸이랑 같이 먹고 싶었던 KFC 가서 햄버거를 사고 밀크티 가게에 가서 밀크티 4잔을 사서 네일숍에 들고 갔다. 사장님과 젊은 직원 모두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내가 차를 들고 가서 줬더니 젊은이가 너무 감격하고 어쩔줄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지어서 나도 감동했다. 사장도 성큼성큼 걸어나와 '생큐'라고 소리치며 좋아했다. 그렇게 소동을 마무리하고 호텔에 들어와서 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쉬었다.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정말 어떻게 됐을지. 어떻게든 해결방법이야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무턱대로 들어가서 서비스 먼저 받은 게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나도 모르겠다.
손톱은 아주 예쁘게 됐다. 분홍색에 반짝이가 뿌려진 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특히 컴퓨터 자판 칠 때 좋다. 작업 환경이 좋아지는 것 같다. 상하이에 또 갈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면 또 가고 싶은 가게다. 흑흑. 고생은 했지만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