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라는 어려운 주제

그렇지만 호기심도 들기도

by 올리브

아는 분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랫동안 수행자로 사신 분인데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한테 이야기했더니 매우 흥미를 보였다. 혹시 그분이 글을 쓴다면, 그 글을 자신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선 공부가 거의 삶의 중심이 됐다. 나한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지만 같이 모여서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심도 있게 대화도 나누고 깨달음의 성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강의를 많이 하는 한 의사 선생님의 명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상을 통해서 밝은 눈을 뜨게 된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세상이 온통 하나인 것이 마음의 눈으로 보인다는 게 한 가지 공통점인 것 같고, 이번에 들은 얘기로는 마음의 움직임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여 인과를 만들어내는지 환히 보여서 나쁜 마음을 조금도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한다. 내가 그게 불교에서 말하는 칠식, 팔식 같은 거냐고 물어보니까 그것보다 더 깊은 의식이라고. 그게 천성적으로 좀 깨인 사람들은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는 게 있다고 한다. 또 선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고.

친구는 특히 전생을 알고 싶고 자신의 인연이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고 싶어한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나도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좌선을 할 때 보통 호흡에 집중하라고 한다. 그게 단순히 생각을 없애는 데 좋기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도 집중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도 부담갖지 말고 계속 한 곳으로 돌아오라고 하기 때문에 나도 부담없이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데 조금 중점을 둘 뿐, 그 집중한 한 점을 통해 새로운 눈이 뜨이고 의식의 색다른 차원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친구가 그런 말을 하니까 나도 그 눈으로 심오한 세계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지 오늘로 4일이 지났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까지 욕심 낼 일은 아닌 것 같다.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가면 좋겠지만, 마치 그게 방언이나 접신을 하듯이 경쟁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더 고민하면서 충실하게 사는 게 중요하지, 깨달은 자가 되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인과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을 내 목표로 삼을 필요까지는 적어도 지금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 내가 깨닫지 않아도 스승님들이 알려주셨다. 인과를 믿어야 한다. 세상은 둘이 아니다. 그 말을 믿고 따라가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과를 믿는다는 건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열심히 준비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도 욕심을 부리거나 미워하지 않는 것이고 실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세상이 둘이 아닌 것은 장자의 철학으로 말하자면 성선설을 믿는 것이고 부정적인 마음에 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 내 이해로는 그 정도다. 앞으로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마치 장님이 안내견이나 안내자의 지도를 따라 목표 지점으로 가거나, 눈을 뜨고 길이 보여서 그 길을 따라가거나 결국 한 곳에 도착한다는 것은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눈을 얼른 뜨지 못해 걱정할 일이 아니라 열심히 걸어가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라 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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