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hless? Cashfree!
제가 사는 동네 미용실은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줍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제를 삼성페이로 하는 저지만, 미용실에 갈 때에는 현금을 들고 갑니다. 그런데 현금은 모바일 결제에 비해 확실히 불편합니다. 특히 잔돈이라도 받았을 경우에는 더욱이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현금없이도 너무 편하게 여행했던 게 생각나서 그 경험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016년 초, 스웨덴에서 화폐발행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현금을 없앤다니... 만약 우리나라가 그랬다면 불편하지 않을까? 시장에서 카드 내면 눈치 주던데...조의금이나 헌금 등은 어떻게 내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단독] 현금 없는 낯섦보다 편리 원한 국민… 스웨덴 은행들은 그 요구에 따랐다.
그런데 화폐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제조 비용, 은행의 보관료, 창구직원들의 임금, ATM기기의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은행강도나 소매치기도 대폭 줄어든다고 하니 장점이 많겠더군요.
마침, 스웨덴과 덴마크에 방문할 일이 생겨서 여행 중에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정말 있는지, 현금을 대체하는 결제 수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상점의 주인은 현금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스톡홀름 사진 박물관(fotografiska)에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환전해 온 현금을 내려고 하니 카드를 내라고 하더군요. 직원이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우린 현금을 안 받아요."
일반 상점도 아니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박물관이 현금을 받지 않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러면 관광수입이 줄지 않으려나...괜히 걱정되었지만 어쨌든 카드로 결제를 했습니다. 덧붙여, 북유럽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있으니 Visa나 Mastercard를 소지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일반 상점은 어땠을까요? 관광객이 뜸한 쇼핑몰의 음식점에 방문하였을 때입니다. 계산대 앞에 현금 대신 Swish를 받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현금도 받고 Swish도 받는다면 이해가 되는데, 거부를 하다니...노인이나 하이테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러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법률적으로 현금을 거부할 권리가 상인에게 있기 때문에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엔 같이 간 현지인 친구가 Swish로 지불을 하고 현금을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Swish라는 앱이 굉장히 편해 보입니다. 내 계좌를 등록하면 전화번호로 송금을 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토스(Toss)와 매우 유사한 방식의 앱인데, 토스는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Swish는 대부분의 상점에서 받습니다.
카드 결제의 경우 상점이 내야 하는 수수료가 상당한데, 송금을 하면 상인이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마다할 필요가 없겠죠? 아래 사진에 있는 번호의 첫 세자리 보이시나요? 123 으로 시작하는 번호인데요. 일반 사용자의 경우는 전화번호로 송금하는 게 무료이지만 상점의 경우 123 번호를 부여받고 세금과 수수료도 납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카드 결제 수수료보다 저렴하다고 하네요.
최근에 토스(Toss)가 몇몇 상점에서 토스로 결제를 할 수 있게 협의를 했다는 글을 보았는데요. 우리 나라도 조만간 이러한 형태로 결제를 하는 패턴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노숙자가 카드로 돈 받는 일. 있다 없다?
여행 전 웹서핑을 하다가 찾은 사진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노숙자가 카드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이 사진 속의 노숙자를 찾아 스톡홀름 중앙역에 가보았습니다. 복지가 훌륭한 북유럽의 대표국가인 스웨덴이지만 시리아 난민을 북유럽에서 가장 많이 수용한 국가답게... 노숙인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Big Issue같은 잡지를 파는 분이 계시길래 말을 걸어봤습니다.
"카드도 돼요?"
"왓? 카드는 안되는데. 근데 스위시는 받아."
"그게 머임?"
"(살짝 열받았음)스위시 없으면 현금도 받아."
"나.. 현금은 없어요. 고맙습니다..."
Swish는 스웨덴 국민 중 절반이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다시 한번 Swish의 파급력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결국 카드를 받는 노숙인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한 노숙인이 목에 왠 번호판같은 걸 건 채로 쿨쿨 자고 있는 겁니다. 자세히 보니 본인의 Swish번호를 목에 걸고 다니더라구요. 이 사람들...참 실용적이라고 해야 하나..
벼룩시장에서도 현금이 안 될까?
스웨덴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곳곳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는데요. 과연 이곳에서도 현금을 받지 않을까요? 토요일 아침 일찍 Ikea근처에 있는 변두리의 벼룩시장에 방문했습니다. 웨건들이 하나씩 주차되더니 차고에서 옷가지, 장난감, 식기와 가구 등을 꺼내어 좌판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꼭 이 Swish번호가 적힌 판넬을 걸어 두네요.
"저.. 혹시 현금은 안 되나요?"
"당연히 돼죠."
(잉? 이건 예상 못했다.)
카드..는요?
"되긴 돼요. 잠깐 기다려봐요."
주섬 주섬 가방을 뒤지던 주인장이 꺼낸 것은 iZettle이라는 단말기였습니다. 저 단말기를 본인의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카드 결제가 된다고 합니다. 약 10만원 정도 주고 카드 단말기를 샀다고 하는데...이 분은 전문적으로 벼룩시장을 다니는 분일까요? 10만원이면 가계에 부담이 상당할텐데요. 그래서 요즈음은 Swish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현금도 물론 받구요.
Cashless를 넘어 Cardless까지?
덴마크로 넘어가도 Cashless society로의 변화의 바람은 잦아들질 않습니다. 100이면 100실망을 안겨 준다는 그 유명한 인어 공주 상을 보러 갔다가 들른 교회에서 헌금함에 MobilePay앱의 번호가 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MobilePay앱은 Swish보다 한 술 더 떠서 덴마크 국민의 60%가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헌금을 모바일로 내는 것...이제 놀랍지도 않네요. 이쯤 되니 뭐든 다 모바일로 될거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Swish와의 약간의 차이는 계좌를 등록하는 게 아니라 카드를 등록하면 그 카드에 연결된 계좌에서 돈이 나가는 방식입니다.)
결제와는 관계 없지만...돌아 오는 길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차단속요원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유유히 주차단속을 하고 가는 장면을 본 것인데요...염치불구하고 좀 봐도 되냐고 하자, 쿨하게 그러라고 하더군요.
사진처럼 단속 앱을 여니 카메라가 실행됩니다. 번호판을 비추자 AR로 주차요금을 냈는지 안냈는지가 바로 표시되네요. 이런 신박할데가!
스웨덴보다 덴마크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를 좀 더 목격했는데요. 카드 수수료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이 거센 편이라, Visa/Mastercard를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카드 네트워크인 Dankort를 만들어 보다 저렴한 카드 수수료를 내는 데 이어 이제는 MobilePay를 적극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Dankort는 우리 나라의 BC카드에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네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면 이제, 곧 카드도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 카드가 없어지고 '지불'이라는 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지문을 POS에 직접 대어 결제한다거나 Square 와 같이 점원이 내 얼굴을 확인하여 결제한다거나..그 방법은 정말 무궁무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의 결제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에 한번 따로 다루겠습니다.
Swish나 MobilePay 둘 다 사용 편의성에서는 우리나라의 Toss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문 인증이 가능한 토스가 한 수 위라면 위죠.
Swish는 시작부터 은행과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바일 Product라기 보다는 전기나 수도 같은 인프라와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수수료도 무제한 무료입니다.
하지만, Toss는 은행이나 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제한된 이용횟수를 갖고 있고, 카카오 페이, 페이코 등과의 경쟁도 치열할 뿐더러 이를 상쇄하기 위해 계속 '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사용자에게는 너무나 편리한 이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살아남길 바래 봅니다.
Photo by Sungwa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