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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Mar 13. 2017

갓 서른, 들춰본 스무살의 일기장 ①

마음의 방

켜켜이 쌓인 나만의 낙서장을

가끔 들춰보는 일,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지을 수도,

왜곡된 기억의 진실을 마주하곤

가슴 아릴 때도 있는

날 것이 주는 애틋한 시간여행 때문에

손으로 기록하는 일을 끊을 수가 없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환기시도 시킬 겸

창피할 각오를 하고 열었던 일기장에서

나름의 치열한 모습에 울컥하기도 하고,

여전히 한결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이 반갑기도 한

스무살의 나를 만났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요새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

내 마음 속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받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빛나고 있나?


반짝일 정도로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나?

아님 빛을 잃은 골동품처럼 

방구석에서 오래된 매력 하나로 

버티고 있나?






가벼운 질문으로 열어본 일기장에서

마주한 무거운 질문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반짝일만큼 흔들려야 한다고 한 걸 보니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꽂혀있을 때 쓴 일기였나보다.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게 되기 위해서

인간은 지금도 자아 속에 혼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


니체의 글이 너무 어려워

몇번을 포기하려 하다가

이 한 문장때문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스무살의 난

오래됨, 익숙함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긴 어린 때라며 편함과 안일함에

젖어 살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오늘의 내 마음의 방엔

얼마나 많은 골동품이 존재하나 싶어

하나씩 찬찬히 꺼내보았다.



대학 마지막 학기, 좋은 기회로

꿈꾸던 분야에서 일하게 되어

지금껏 해오면서

언제부턴가 좋아하던 일이

익숙해지면서 직업이 된 뒤

삶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두어야 된다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한 줄 알라며 꾸짖기도 한다.


그런 의미의 '의미'없음이 아니라

꿈이 일이 되어, 꿈이 일에 밀리면서

꿈조차 익숙해지는

끔찍한 의미없음이 두려웠다.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지금,

스무살의 내가 열망했던

마음 속 빛나는 꿈

다시  쉴 새 없이 흔들어보려 한다.

내 마음 속 골동품들을

다시 꺼내 반짝 반짝 윤을 내고,

앞줄에 배치해주면

아주 익숙해졌던 것들도

새로이 보이기 마련이니까.





스무살의 나와 만난 오늘을

마흔의 내가 볼 수 있게

또 날 것의 낙서를 한 줄 더 써내린다.

크게 다를 것 없는 고민과

매번 같은 후회를 하면서

매일을 쌓아가지만

10년 뒤의 오늘

어떻게 사무칠 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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