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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Mar 13. 2017

갓 서른, 들춰본 스무살의 일기장 ②

시간의 온도


일기장의 한 켠,

이런 것을 발견하고 한참을 웃었다.




A군: 착하고 귀여운 편, 키작고 얼굴이 큼..

B군: 잘생겼지만 같이 있지 않을땐 확신X  

C군: 재밌고 잘맞춰주는데 넘 살찜!





혼자 진지했을 스무살의 고민.

대학시절, 공강일이면 친구와 만나

열띤 이상형토크를 하곤 했었다.

그땐 '사람'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이

키, 얼굴, 전공부터 얼토당토 않은 부분이

가장 중요한 듯 고민했었다.

그러면서 정작 꿈꾸는 건 정신못차릴만큼

빠지는 운명같은 러브스토리였다니.  

 


그땐 보기좋은 연애하는 나를 기대하고

그런 인연을 만나려 눈을 더 크게

뜨고 다녔던 것 같다.


인연들을 지나치면서

어느새 눈보다 귀가 중요한 시간이 왔다.




  스무살의 나는 보여지는 게 중요했다.

비단 연애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 지부터

모르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 지까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첫인상의 정의가 바뀌어갔다.

첫인상을 보기보단 듣기위해,

귀를 더 기울이게 됐다.

 

어떤 단어와 말투로 문장을 만드는지,

어떤 것들로 대화 사이 빈칸들을 채우는지,

그 사람이 만드는 무드, 온도 그러니까

분위기가 더 중요해졌다.




누군가와 같이 보내는 시간,

그것이 일이든 우정이든 사랑이든

결국 시간을 채우는 것은

그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다.






그렇게 이야기가 쌓인 시간들은

온도, 분위기로 기억된다.


'좋은' '즐거운' '그리운' '소중한'

'불쾌한' '불편한' '잊고싶은' '낭비된'


대부분의 시간을 기억하는 단어들은

따뜻하거나 차가운 분위기로 표현한다.


아직도 눈이 주는 설렘은 분명 남아있지만,

인연의 끈이 긴 관계를 돌아보면

설렘보다는 따뜻함이 있었던 것 같다.


요동치는 심장박동이

모든 것을 압도하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우리 사이에 어떤 공기

흐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같이 있는 시간,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 주는 사이

그래서 그 시간이 포근해 지는 사이를

더 원하게 됐다.


내가 만드는 분위기는 어떤 온도일까?

나는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는

만남을 만들어 왔을까?


서른, 지금의 이상형은 함께 있을 때

따뜻한 사람이다.

보기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을 너머

다음 시간이 기대되는 사람,

그 시간이 따뜻해서 내 발가벗겨진

진짜 이야기를 들려줘도

춥게 돌아서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나도 남에게 그런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

오롯이 서로가 서로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사람,

자유하고 따뜻해서

포근한 시간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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