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바깥에 서서

#2 삶의 리듬

by 호우





2. 삶의 리듬



그럼 시뮬레이션 바깥의 삶은 어떤 리듬을 가지는가.


시뮬레이션 안의 삶이 항상 앞으로 밀리는 박자라면, 바깥의 삶은 되돌아오는 박자에 가깝다.


더 빨리 반응하지 않아도 되고, 늘 같은 속도로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날은 한 걸음이고, 어느 날은 멈춤이다. 바람이 스치며 피부를 스치는 순간에도, 숨이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바깥의 리듬은 성과로 측정되지 않는다. 대신 몸이 먼저 안다. 손끝의 감각, 발바닥에 닿는 땅의 감촉, 어깨에 쌓였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먼저 신호를 준다.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오늘은 괜찮은지, 지금은 무리인지, 잠시 쉬어도 되는지.

내 안에서 심장 박동과 호흡이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 리듬 속에서 “더 해야 한다”는 강박은 사라지고, “지금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삶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감각은 오히려 날카로워진다.

​시뮬레이션이 설계한 '내일'이라는 허상을 쫓는 대신, 나는 비로소 '오늘'이라는 실존의 흙길에 발을 내딛는다.


​이제 하루는 짧아지지만, 하나의 순간은 길어진다.

눈가를 스치는 햇빛, 공기 속에 섞인 냄새 하나하나가 잠든 마음을 깨우는 것을 느낀다.

​시뮬레이션 바깥의 삶이란 대단한 자유가 아니다.

그저 잃어버렸던 나만의 리듬을 다시 듣기 시작하는 일이다.


나는 나를 이해하려 애쓰며, 시뮬레이션 바깥으로 생각을 옮기는 순간, 진짜 나를 마주했다.

현실 속 역할과 시스템에 갇혀 있던 내가, 바깥의 나와 만나자, 하고 싶던 말들이 내 안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 깨달았다.

그 이야기들은 이제 문장이 되어 흐른다.

숨을 고르듯, 내 삶의 속도와 리듬, 숨결을 천천히 알아간다.

바람이, 나무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흙길의 온기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 리듬은 한 번에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다만, 다시 들리기 시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