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피곤한 인간 #1
나는 사람 때문에 피곤하다.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을 마주하는 내 마음도 피곤하다.
하루 종일 웃고, 들어주고, 계산하고, 거리를 재다가,
결국 혼자 앉아 숨을 고를 때야 겨우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이 글은 그런, 약간 피곤한 인간의 기록이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 사람들과의 거리, 경계의 문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관찰하며 쓴 글들이다.
읽는 동안 당신도 조금 피곤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함께 숨을 고를 수 있다면 좋겠다.
1화. 에너지 잔고를 확인하세요
사실 나는 요즘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동으로 ‘배터리 차감표’를 떠올린다.
어떤 손님은 말투 하나로 15%를 깎아가고, 어떤 손님은 웃으면서 10%를 가져간다.
희한한 건, 정작 본인들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이거 사이즈 있나요?”라고 물었을 뿐인데,
내 하루의 에너지 잔고에서는 ‘가능한 한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는 알림 창이 뜬다.
손님마다 패턴도 다르다.
먼저 “죄송한데요...”로 시작하는 분들은 배터리 소모가 거의 없다.
이분들은 예고를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반면 “저기요!”로 시작하는 분들은 시작음만 들어도 10%가 빠져나간다.
어떤 날은 그 한 음절에 내 영혼이 바로 비상 모드로 들어간다.
가장 무서운 유형은 침묵형이다.
아무 말도 없이 옷을 들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고,
아무 말도 없이 옷더미를 남기고 갈 때...
내 배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급속 방전된다.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피로를 전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전류가 내 몸과 마음 사이를 스치듯,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대단하다.
취향도 제각각, 마음도 제각각, 그리고 남의 배터리 소모 방식마저 제각각이구나."
덕분에 나는 인간 이해력이 1퍼센트씩 업그레이드된다.
배터리는 떨어지는데, 역설적으로 관찰력은 자꾸 충전되는 기묘한 구조다.
아마 이것이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