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피곤한 인간 #7
7화. 감정 배출소로 오해받고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감정의 배출구를 찾지 못해, 가까이 있는 사람을 임시 쓰레기통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가장 가까운 통이었던 모양이다.
“너니까 말한다?”
그 문장이 나오면, 나는 이미 각오를 해야 한다.
뒤에는 거의 30분짜리 불행 독백이 따라온다.
분량은 드라마 한 편 분량인데, 결말은 없다.
그리고 그 결말 없는 드라마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시청한다.
눈은 웃지 않지만, 몸은 공손하게 반응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겪은 불행, 실수, 원망을 나에게 풀어놓는다.
나는 이미 깨달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위로가 아니라 청중이었다.
내가 피곤해 보일 때만 더 열심히 말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나는 단지 적절한 감정 저장소였던 셈이다.
가끔 머릿속에서 생각한다.
‘내가 이 사람의 하루를 30분 동안 빌려 듣는다면, 내 하루는 얼마나 줄어드는 걸까?’
생각보다 빨리 배터리가 20% 아래로 떨어진다.
오늘도 나는 깨닫는다.
내 피로의 원인은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