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피곤한 인간 #8
8화. 알고 싶지도 않은 자기 PR 시간
이번 피곤함의 주범은,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가족 이야기였다.
신랑의 단점, 아이들 버릇, 시어머니 흉...
이미 내 정신과 시간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아, 이 사람 오늘도 내 정신에 과금 시작했구나.” 속으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형제, 친척, 사촌, 심지어 친척의 친척까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와 일상까지,
그 사람은 신나서, 무차별적으로, 막무가내로 풀어놓는다.
마치 자신의 인생 전체를 내 식탁 위에 쏟아붓는 듯하다.
나는 눈치를 주며 에둘러 “적당히 좀...” 해보지만, 소용없다.
그들은 신나서 말하고, 웃고,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지금 무슨 말을, 어떤 소리를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 내 시간을 점령한다.
속으로 생각한다.
“적당히 좀 해라. 제자리로 돌아가라.”
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순간 그들의 이야기를 끊는 것은
내가 이 피로에 항복하는 순간과 같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약간 피곤해진다.
감정이 다 소모되는 피곤이 아니라, 시간과 정신의 자원을 무단 점유당하는 피곤함이다.
그래도 나는 듣는다. 조금씩, 억지로라도 웃으며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