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피곤한 인간 #9
9화. 내 시간에 간섭하지 마세요
간신히 시간을 내어 핸드폰 메모장을 켠다.
몇 문장을 다급히 써 내려가며 세상과 잠시 단절된 기분을 즐기려는 찰나,
어김없이 누군가 나타난다.
“뭘 그렇게 쓰고 있어?”
허락도 없이 내 폰을 들여다보는 인간.
직원식당 구석, 점심시간을 아껴가며 노트에 뭔가를 긁적이는 중에도
불쑥 나타나 머리를 들이밀며 뭘 적냐고 묻는다.
하... 날 좀 가만히 놔두면 안 되나.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무얼 하는지 그렇게 궁금한 걸까.
나는 속으로 ‘개인 정보 보호 경고’를 띄운다.
“경고: 개인 공간, 개인 시간, 개인 메모장.
침범 시, 피로 게이지 30% 증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가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혼자 속으로 삐친다.
‘아, 오늘도 나는 약간 피곤한 인간이구나...’
이 피곤은 다른 사람의 호기심과 침범 때문에 생긴 정신적 배터리 소모다.
나는 깨닫는다.
일이 아닌, 사람 때문에 피곤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