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피곤한 인간 #13
13. 쓰레기통이 되지 않기 위해
아침 오픈 시간,
나는 불친절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상대의 기분이 맞지 않았다는 것.
그 순간 내가 느낀 분노는
말투나 평가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더러워진 기분을
아무 거리낌 없이
타인에게 던지고 가도 된다고 믿는 태도,
그 믿음이 너무도 당연하게 작동하는 구조 때문이었다.
돈을 내는 입장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존엄 위에 서도 된다는 세계관.
그 안에서는
감정은 처리 대상이 되고,
사람은 배출구가 된다.
나는 그 역할을 맡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기분 쓰레기를 받아내는
하루치 소모품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
이건 개인의 무례함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본이 인간 위에 놓이는 질서,
그 질서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이 세계의 공기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이런 세계관이 싫다.
그렇다고 싸우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구조 안에서도
나 자신을 지우지 않고 서 있고 싶을 뿐이다.
오늘 나는
상대를 설득하지도,
나를 변명하지도 않았다.
대신 마음속에서 조용히 선을 그었다.
나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이 문장을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지금은
그저 이 장면을 통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