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피곤합니다

어쩌다 피곤한 인간 #14

by 호우






14화.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선 쉽게 말하지 않기



사람들 때문에

매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지쳐간다.


바쁘지 않은 날에도

이상하게 숨이 먼저 찬다.


한 살씩 더 먹어갈수록

그 호흡은

조금 더 짧아진다.


그 힘든 호흡으로

오늘도 고객들을 바라보다가,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몇 사람의 표정을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서로의 말을 끊고,

자기 입장을 먼저 꺼내고,

직원의 설명은

끝까지 듣지 않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저 사람들처럼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내 입장만 늘어놓고

누군가를 꽤나 피곤하게 했겠구나.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사람들은 참 쉽게 안다고 말한다.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다 아는 얼굴로 판단하고

가볍게 충고한다.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다.


삶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결국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겪어보고, 부딪히고,

몸으로 체득해야 했다.


몇 번은

쉽게 말해놓고 돌아서서

스스로 부끄러웠고,

몇 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섰다.


그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는

아무 때나 꺼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오늘도 수없이 들락날락하는

백화점 안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내 안에서 울리는

조용한 결론 하나를 다시 듣는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하지 말자.


그게

덜 피곤한 인간으로 사는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