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다.
화요일에 독서논술교사 계약서에 서명했다. 교육을 받고 어제오늘 체험 수업을 했다. 그런데 어젯밤 자주 다니는 도서관 도서회 강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어린이 독서지도 강사 양성과정 수강을 제안받았다. 매주 1회, 모두 16회 수업을 마치면 도서관 어린이 독서회 강사 자격이 주어진다. 전부터 기다리던 수업이었다. 오래도록 개설되지 않아, 기다리다 지쳐 더 나이 들기 전에 뭐라도 해 보자는 생각에 사교육 업체를 찾아갔다.
전업주부로만 몇 해던가... 10년이 넘었다. 보통 내가 뭔가 해 보려 하면 아이가 다치거나 아팠다. 둘째 피부의 붉은 점은 여전하지만 매주 소아과에서 알레르기 치료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머리 가운데에서 구석으로 밀어두었다. 이번에는 작심한 김에 무라도 썰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러나 녹슨 칼을 벼려 싹둑 벤 것 없이 발이 꼬여 넘어지려 한다.
지점 회의 날짜와 수업일이 겹친다. 도서관 어린이 독서회 강사를 하고 싶은 한편 이제 시작한 독서논술교사는 어찌하나 갈등했다.
아직 계약만 했지 정식 수업 시작은 안 했으니 못 한다고 할까? 도서관 독서회 강사가 방문교사 일보다는 피로가 덜할 텐데... 아니지, 수업 종료 후 독서회 수업을 맡는다는 보장은 없잖아. 제안할 때야 충분히 가능하다 해도 도서관에서 수업 개설을 안 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독서논술에 집중할까? 낮에 체험 수업한 초3 학생은 지도할 만했는데 7세는 무리였어. 방문교사 일이 영업이 반인데 나이 가려 가며 회원을 받을 순 없어. 하필 오늘 체험수업 후 입회 신청서까지 받을 건 뭔지. 미련했다. 체험수업만 하고 빠질 걸.
결론을 낼 수 없어 복잡한 중에 지점장 연락을 받았다. 도서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주에 계약해서 회원 입회했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지점장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 같다. 지점장은 인의를 지닌 분이다. 점잖은 분을 곤란하게 한 것이 송구스러웠다. 둘 다 하면 이도 저도 아닐 거 같아 주말 동안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내심 독서논술교사를 그만두고 도서관 수업에 집중하려고 했다. 결심이 굳어지기 전 마지막 노크를 준 격이었다. 나 하나 곤란하고 말 게 아니었다. 배려를 받아 강사 양성 수업과 독서지도교사를 동시에 해야겠다.
오늘 하루는 이러했다. 아침 먹고 나와서 종로에서 체험수업을 해주고 입회신청을 받아 지점에 갔다. 월요일에 있을 체험 교재를 챙기고 지점장과 상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왔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먹으라고 애들 간식을 챙겨 두고 버스 타고 도서관에 가서 연체된 책을 반납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몸이 고되다. 방문 수업하는 교사 대부분 쉬이 지치고 힘들 텐데 50과목씩 관리하는 분들은 어떻게 버티나 싶다. 독서논술이라 가장 짧은 수업이 35분이다. 그룹수업이면 사정이 낫겠지만 방문형은 대체로 1:1 수업이 많다. 소파에 앉아 잠시 쉰다는 게 그만 그대로 잠들었다. 30분쯤 자고 일어나니 아이들이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몸이 많이 피곤했나 보다. 아무래더 방문 교사 일이 내게 버겁겠다.
홈스쿨이면 멀리 이동하지 않으니 시간을 절약하고 몸이 고되지 않지만 영업 한계가 있다. 지인 영업은 애초 포기해야 하고(엄마들이 보험은 아는 사람에게 가입해도 자녀 교육은 모르는 사람을 편히 대한다.) 알아서 찾아오는 고객은 거의 없다. 방문형 몇 개로는 시간 소모는 크고 벌이가 되지 않는다. 벌이가 되지 않는 건 어린이 독서회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좀 더 선호하는 것을 따지자니 도서관 어린이 독서회 강사가 낫다. 방문형 교사보다 시간 여유가 많고 몸의 고됨이 덜하다. 어린이 독서회라도 공공기관 강사 경력이 생기니 이력서에 한 줄 넣을 것이 생긴다. 혹시 아랴. 남편 퇴직 후 지방에 가서 그곳 도서관 독서회 강사를 할지...
수업받는 기간에 현재 입회한 회원 둘 또는 월요일 상담 후 그 회원까지 입회한다면 셋을 관리하며 독서논술 교사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독서회 지도 연결이 되면 그때 가서 방문교사를 택할지 독서회 강사를 택할지 결정해야겠다.
일을 벌여 놓은 바람에 책 읽을 시간도 글 쓸 시간도 부족하다. 몸은 분주한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