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동화)
-김경미 옮김, 비룡소, 2011
<2월 첫 번째 독서토론 논제>
1. 앨리스는 황금 열쇠를 탁자에 둔 채 약물을 마시는 바람에 몸이 줄어들었지만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지 못합니다. 열쇠를 집으려고 탁자 다리를 타고 오르려다 여러 번 미끄러진 앨리스는 낙담하여 울고 맙니다. 앨리스는 마치 남에게 야단치듯이 자신을 혼내거나 자신에게 충고를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판단하는 이성적 자아와 실제 경험한 자아로 나누는 앨리스의 성격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참이 지나도 별일이 없자 앨리스는 곧장 정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 가엾은 앨리스! 문 앞에 이르러서야 작은 황금 열쇠를 탁자 위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지 뭔가. 열쇠를 가지러 다시 탁자로 돌아가 보았으나 열쇠가 손에 닿지 않았다. 유리를 통해 열쇠가 빤히 들여다보였다. 탁자 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애써 보았지만 너무 미끄러웠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지쳐 버린 가엾은 앨리스는 주저앉아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앨리스가 아주 날카로운 목소리로 자신을 야단쳤다.
"뚝 그쳐. 그렇게 울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니! 당장 그치는 게 좋을걸!"
대체로 앨리스는 자신에게 아주 좋은 충고를 한다. (충고를 따르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리고 가끔은 아주 심하게 야단을 쳐서 눈물을 쏙 빼놓기도 했다. 또 한번은 혼자 하던 크로케 경기에서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자기 뺨을 때리려 했던 일도 있었다. 이 이상한 아이는 두 사람인 척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던 것이다.
가엾은 앨리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인 척해 봐야 소용없어! 품위 있는 한 사람이 되기에도 부족할 판에!' (p. 21~22)
2. 크로케 경기에서 앨리스는 공작부인과 재회합니다. 공작부인은 앨리스와 나눈 모든 대화에서 교훈을 찾으려고 합니다. 대화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교훈을 늘어놓고는 자기가 한 말을 앨리스에게 선물로 준다고 합니다. 앨리스는 공작부인에게 언짢은 기분이 들지만 대화를 계속 이어갑니다. 둘의 대화를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앨리스는 공작부인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공작부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조금 놀랐다.
"얘야, 뭔가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 때문에 말하는 것도 잊은 게지. 이 말이 주는 교훈이 뭔지 지금 당장은 말할 수가 없다만 금방 기억이 날 거야."
앨리스가 감히 말했다.
"교훈이 없을 수도 있어요."
"쯧쯧, 아이들이란! 찾기만 하면 모든 것에는 반드시 교훈이 있단다." (p.140)
앨리스는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말을 이었다.
"경기가 이제 잘 돌아가고 있네요."
공작부인이 말했다.
"그래. 그 말이 주는 교훈은 이거야. '오, 사랑이여.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사랑이어라!'"
앨리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요, 다들 자기 일에나 신경 써야 세상이 빨리 돌아간대요!"
"아, 그래! 내 말이 그 말이란다."
공작부인은 앨리스의 어깨에 작고 뾰족한 턱을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주는 교훈은 '둘러치나 메어치나 똑같다.'라는 거란다."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매사에 교훈 찾는 걸 아주 좋아하시네!' (p.141)
"글로 써 주신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말로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공작부인이 즐거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더 길게 말씀하시느라 굳이 고생하진 마세요."
"오, 고생은! 내가 이제까지 한 말을 너에게 선물로 주마."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게 무슨 선물이야! 사람들이 생일 선물로 그런 것을 주지 않으니 천만다행이야!'
그러나 앨리스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못했다. (p. 143)
3.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벌어진 일들에는 인과성이 없습니다. 마치 꿈의 흐름처럼 장면이 바뀔 때마다 등장인물이 달라지고 사건의 내용이 바뀝니다. 사건 간의 연결고리가 그럴 법한 개연성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한 예로, 경기를 하다 말고 돌연 여왕이 앨리스에게 가짜 거북을 얘기하면 앨리스는 가짜 거북을 만나러 갑니다. 여러분은 이와 같은 전개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여왕은 다른 선수들과 줄곧 싸움을 하면서 "이 목을 쳐라!" 혹은 "저 목을 쳐라!"라는 말을 연발했다. 여왕이 선고를 내린 선수들을 병사들이 감옥에 가두었고 그러느라 병사들은 골대 노릇을 하다 말고 자리를 떠야 했다. 때문에 반시간쯤 지나서는 골대가 전부 다 없어져 버렸고 왕과 여왕과 앨리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혔다.
여왕은 숨을 몰아쉬며 경기를 멈추고 앨리스에게 물었다.
"가짜 거북은 만나 봤니?"
앨리스가 말했다.
"아뇨. 가짜 거북이 뭔지도 모르는걸요."
"가짜 거북 수프를 만들 때 쓰는 거지."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는걸요."
"그렇다면 이리 와. 가짜 거북이 네게 자기 내력을 이야기할 테니." (p.145)
둘은 곧 양지에 누워 자고 있는 그리펀을 만났다.
여왕이 말했다.
"이어나, 이 게으름뱅이야! 이 어린 숙녀가 가짜 거북을 만나 가짜 거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데려다줘. 난 내 명령대로 사형이 집행되었는지 살펴보러 가야겠다." (p. 146)
4. 앨리스가 토끼굴에 떨어져서 도달한 곳은 여러 개의 문이 있는 긴 복도입니다. 이곳은 이상한 나라의 곳곳으로 가는 일종의 통로와 같은데요. 앨리스는 정원으로 연결된 문을 발견하고 시종일관 정원에 들어가려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여러 공간을 떠돌며 공간의 크기에 맞게 몸을 바꿔서 들어가는 경험 후에 마침내 정원에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이렇듯 이상한 나라 각각의 공간은 우연히 출현하며 그 크기가 다릅니다. 여러분은 이와 같은 공간 변화를 어떻게 보셨나요?
앨리스 앞에는 긴 통로가 또 하나 있었고 흰 토끼가 그곳으로 급히 사라지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중략) 앨리스는 토끼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자 토끼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천장이 낮은 길쭉한 복도에 서 있었다. (중략)
다시 한 번 돌아보는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높이가 낮은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커튼 뒤로 높이가 삼십 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문이 있었다. 자물쇠에 작은 황금 열쇠를 꽂아 보니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앨리스가 문을 열어 보니 작은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통로는 꼭 쥐구멍만 했다. 앨리스는 무릎을 꿇고 통로 너머를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아주 멋진 정원이 있었다. (p.16~18)
그것은 천천히 깡충거리며 되돌아오고 있는 흰 토끼였다. (중략) 앨리스가 물웅덩이에서 헤엄치던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뀐 것 같았다. 유리 탁자와 작은 문이 있던 긴 복도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중략) 앨리스가 이 말을 하는 동안 작고 아담한 집에 도착했다. 집 문에는 '흰 토끼'라는 이름이 새겨진 밝은 놋쇠 문패가 달려 있었다. (p.51~52)
앨리스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갑자기 탁 트인 곳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일 미터가 조금 넘는 집이 있었다.
앨리스가 생각했다.
"누가 저 기에 살든지 이 키로는 만날 수 없어. 다들 얼마나 놀라겠어!"
그래서 앨리스는 다시 오른손에 있는 버섯 조각을 베어 물었고 키를 이십 센티미터쯤으로 줄인 후에야 집 가까이로 다가갔다.(p.82)
얼마 가지 않아 3월의 토끼네 집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앨리스는 그 집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굴뚝이 토끼 귀 모양으로 생겼고 지붕은 털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집이 아주 커서 앨리스는 왼손에 든 버섯을 조금 더 먹고 키를 육십 센티미터로 늘린 다음에야 가까이 갈 엄두가 났다. (p.100)
앨리스는 숲 속으로 난 길을 가며 말했다.
"어쨌든 다시는 저곳에 가지 않을 거야! 이제까지 살면서 저런 엉터리 다과회는 처음이야!"
이 말을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달린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정말 이상하군! 오늘은 모든 게 이상해. 당장 들어가 봐야지.'
앨리스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또다시 예전에 있던 긴 복도가 나왔는데 그 가까이에는 작은 유리 탁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잘해 봐야지."
앨리스는 작은 황금 열쇠를 집어서 정원으로 난 문을 열었다. 그런 다음 버섯을 조금씩 뜯어먹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조금 넣어둔 버섯이 있었다.) 앨리스는 키를 삼십 센티미터쯤으로 줄인 뒤 작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그러자 마침내 앨리스는 화려한 꽃밭과 서늘한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p.119)
-요약: 토끼를 따라 들어온 복도에서 앨리스는 몸집이 커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다가 물웅덩이에 빠진 동물들과 둑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다 혼자가 됩니다. 그러자 다시 토끼가 나타나서 앨리스에게 심부름을 시킵니다. 토끼가 심부름을 시킨 것을 투덜대는 동안 토끼집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한 번 더 몸집이 커졌다가 작아진 앨리스는 집 밖으로 나와 숲에 이르렀다가 탁 트인 곳에 있는 집을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공작부인을 만나고 밖으로 나와서 삼월의 토끼집으로 갑니다. 다시 그곳을 떠나 문이 달린 나무를 통과하자 처음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온 복도에 이릅니다. 앨리스는 비로소 열쇠로 정원 문을 열고 버섯을 먹어 몸집을 줄여서 정원에 들어갑니다.
5. 잠에서 깬 앨리스를 보낸 뒤에 강둑에 그대로 앉아 있던 언니 역시 꿈을 꿉니다. 언니는 눈을 감으면 동생이 얘기했던 이상한 나라에 있으나,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단조로운 현실로 뒤바뀐다는 사실을 압니다. '여왕이 쇠된 외침이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로 바뀌는'(p202)것처럼 꿈속의 감각은 현실에 있는 것을 반영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앨리스의 꿈에 대한 언니의 이와 같은 이해에 공감하시나요?
앨리스의 언니는 동생을 보낸 뒤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중략)
언니는 먼저 동생 앨리스 꿈을 꾸었다. 다시 한 번 애리스는 작은 손을 언니의 무릎 위에 깍지 낀 채 올려놓고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언니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언니는 앨리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가끔씩 눈을 찌르며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려고 머리를 이상하게 살짝 쳐드는 앨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동생의 말을 듣고 있을 때, 혹은 듣는 것 같을 때 주위의 모든 장소에서 동생이 꿈에서 봤다는 이상한 생물들이 우글거렸다. (중략)
그렇게 언니는 눈을 감고 앉아서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는 사실을 얼마쯤 믿게 되었다. 눈을 뜨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단조로운 현실로 뒤바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풀은 그저 바람 때문에 부스럭대고 있을 테고, 웅덩이는 갈대의 흔들림에 그 물결이 일렁일 테고, 덜그럭거리는 찻잔 소리는 양 목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리는 소리로 바뀔 테고, 여왕의 쇠된 외침은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로 바뀔 것이다. 아이의 재채기와 그리펀의 비명과 다른 모든 이상한 소리들은(언니가 알기로) 분주한 농장의 떠들썩한 소리들로 바뀔 것이다. 멀리서 소 떼가 음메 하고 우는 소리는 가짜 거북의 무거운 흐느낌을 대신할 것이다. (p.202)
-공감한다.
-공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