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 루나>를 보다가
넷플릭스에서 2019년도에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호텔 델 루나>를 시청했다. 거기서 설리를 보았다. 아이유와 친해서 카메오로 출현했다 한다. 이 드라마가 방영된 그해 그녀는 스물다섯의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지금은 죽어 없지만,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에 박제되어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했다.
이 드라마 에피소드 중에 북에서 와서 남한 땅에 안착하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낸 호랑이가 있다. 호랑이는 죽어 몸은 박제되고 혼백은 이승을 떠돈다. 죽어서도 고향을 가지 못하다가 그리던 곳, 백두산을 그린 액자로 들어가서 행복했던 때의 추억을 누린 뒤에 비로소 한을 거둔다. 설리는 그림의 주인인 회장의 손녀로 나온다. 그녀가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마지막 작품이 된 드라마에서 그녀가 미소 짓는다.
유난히 예뻤다. 하얗고 분홍빛 감도는 얼굴이 복숭아처럼 예뻐서 ‘복숭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예계에 들어서자마자 주목을 받은 건 그녀의 출중한 외모 때문이었다. 그런데 관심이 지나쳐서일까. 애정 못지않게 질시와 비난을 받았다. 누구를 해친 적 없는데 그녀의 행실에 대한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비수가 되어 날아오는 악평을 감당하며 살았다. 그녀의 자살이 대중의 비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괴로웠을 심정을 짐작한다. 호전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의 댓글을 읽어보니 그녀가 안쓰러웠다. 언젠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브래지어는 액세서리일 뿐이고 자기는 자유롭고 편한 게 좋다고 말하며 가볍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브래지어 발언에도 비난이 따랐다. 그 때문인지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녀의 소신 발언을 지지했던 나로서는 그녀의 하차가 심히 불쾌했다. 그녀의 발언을 지지하고 싶었지만, 강하게 표출되는 것은 항상 지지보다는 반대와 비난이었다. 그녀가 걸그룹 활동 시에 보인 태만에 대한 악플은 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사적인 연애, 심지어 속옷에 대한 발언조차도 악플이 무성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와 무관한 내가 느끼기에도 부당한데 그녀는 오죽했으랴.
이토록 오욕을 감내하며 번 돈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 듯하다. 형편이 좋지 않은 가족을 살피는 일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진 않는다. 유족은 이따금 지난 방송으로라도 그녀를 다시 본다면 그녀의 선택을 막지 못해 자책하며 상실의 아픔을 느끼겠거니 짐작한다.
출중한 미모를 지녔고, 가족과 지인이 있는데도 떠난 그녀는 삶의 만족보다 아픔이 더 컸나 보다. 짐작밖에 할 수 없는 유명인의 죽음. 한창 꿈꿀 나이에 자살한 이유를 누군들 알까.
그녀는 잊히길 바랐을까. 영원히 늙지 않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랐을까. 아니면 아무런 바람 없이 떠났을까. 생의 본능이 붙들어 매지 못한 염원이 무엇이었기에 죽음을 선택했을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려고 버둥거리는, 수많은 생이 꿈틀거리는 이승을 떠나 그녀는 자유로울까. 질병이든 사고든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채여 생을 마치는 이들보다 홀가분하게 저승에 갔을까. 아니면 할퀴고 물어뜯겨 쓰라린 상처를 누르고 울며 갔을까.
화면 속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어쩌면 대중은 그들 생의 포만을 위해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탐욕스럽게 먹었던 듯하다. 탐미하며 칭송하다가도 물어뜯고 씹어댔다. 게걸스러운 식탐. 포식의 잔치가 끝나고 남은 거죽이 아름다워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