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랭 Sep 10. 2018

너라는 개 고마워 : 25. 샴프네집

동족(?)을 만난다는 것.

첸 중성화가 끝나고 처음으로 애견 운동장에 데려갔을 때, 그곳에 아주 큰 아프간하운드가 있었다. 조그마한 강아지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 바닥에 철퍼덕 배를 깔고 누워있는 아프간하운드는 충분히 모두의 시선을 끌만했다. 첸은 포메라니안이나 몰티즈처럼 작은 친구들 뒤를 졸졸 쫓다가 아프간하운드 친구 앞에서 멈췄다. 다른 소형견에 비해 거의 중형견 사이즈만큼 컸던 첸도 그 앞에 서니 ‘나는 소형견이로소이다’였다. 같은 하운드 종류라서 그런지 크기만 달랐지 체형이 아주 비슷하게 닮아있었다. 긴 코와 긴 다리 사슴처럼 늘씬한 몸매. 만약 첸이 똑같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만난다면? 첸에게 언젠가 자신과 똑 닮은 친구를 만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 그 생각이 줄곧 있었다. 언젠가 첸에게 동족(?)을 만나게 해 주어야지. 그러던 어느 날에 소문으로만 들았던 샴프네집을  찾아 연락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고 이참에 첸과 같은 친구들이 50마리 씩이나 있는 그곳에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샴프네집의 강아지들은 50마리가 서로 서열이 있기 때문에 그 울타리 안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다. 사장님은 잘못 들어갔다가 크게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고 대신 서열 1위인 샴프가 첸을 만나러 나왔다. 샴프는 첸보다 조금 작았고 검은 점박이 무늬가 더 많았다. 사장님께서 ‘샴프’하고 부르자 쏜살같이 뛰어와 높이 점프를 해서 사장님의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 모습에 ‘와아’하는 함성이 절로 나왔다. 첸은 신이 나서 샴프를 따라다녔지만 샴프는 첸이 조금 귀찮아 보였다. (샴프는 나이가 좀 있었기 때문에 귀찮아했다.) 샴프의 행동을 보니 첸이 하는 것과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무척 신기했다. ‘아, 너넨 원래 그런 애들이었구나.’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우리는 간 김에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사실 사장님네 부부도 개인적인 시간을 늘려볼 의도로 둘째를 들였는데 둘이서만 놀지도 않고 오매불망 주인을 기다리는 것은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둘아서 같이 있으면 덜 외로워하는 것은 있는 것 같다고. 그리고 둘째를 시작으로 그 매력이 너무 빠져버려 50마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쿤이 생각이 났다. 정말 같이 있으면 좋을까? 첸도 가족이 생기면 조금 더 의지가 될까?

작가의 이전글 너라는개 고마워 : 부록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