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늘 눈앞에 첸의 하얀 배가 보였다. 그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첸이 가만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인형처럼 작은 아이가 풀숲을 뛰어다니고 냄새를 맡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밥을 먹고 하는 모든 모습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내가 만약 그때 첸을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상상은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첸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사이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빨리 눈치채지 못한 것이 더욱더 미안해질 뿐이었다.
첸이 잘 듣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불쌍한 아이’라고 불렀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첸이 더 측은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내가 화를 내고 짜증을 냈던 소리, 식이가 혼을 냈던 소리, 강아지를 다른 곳에 보내 버리라고 했던 소리들을 듣지 못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첸은 듣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이 실수했을 것이고 더 많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불쌍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걱정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하루는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는 첸이 걱정돼서 설치해 두었던 핸드폰 CCTV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첸은 빨간색 쿠션 위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미동도 없는 그 뒷모습을 보니 빈집에서 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알고 싶지 않았다. 나를 욕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첸의 뒷모습이 계속해서 외롭게만 느껴졌다. 혼자 있는 게 좋을까 둘이 좋을까. 그 갈림길에서 나는 티격태격하더라도 같이 물고 물릴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사교적인 첸이라면 친구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