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이를 데려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서열’. 아니나 다를까 쿤이가 집에 오자마자 첸은 탐색에 들어갔다. 예전에 샴프네 집에서 샴프가 그랬듯이 정작 나이가 많은 쿤이는 첸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저 식이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첸은 쿤이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서열싸움을 하듯 으르렁 대기도 하고 등을 붙잡고 붕가붕가를 시도했다. 강아지들의 서열싸움에 사람이 개입을 하면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큰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기만 했다.
갈색 조끼를 입은 것 같은 쿤이는 점잖은 강아지였다. 조용히 걷고 조용히 햇빛을 즐겼다. 첸은 그런 쿤이를 가만히 두지 않고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며 탐색을 했다. 사람 나이로 따지만 쿤이 가 4-50대 중년의 아저씨이고 첸이 2-30대 청년이었다. 동물의 세계는 알 수 없지만 사람 눈으로 보니 그저 첸이 버르장머리가 없어 보여서 혼쭐을 내주고 싶었다.
‘야, 우리 쿤이한테 그만해!’
같이 산책을 시키는 것이 둘의 사이를 친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해서 날이 추웠지만 함께 산책을 갔다. 마침 똑같은 옷도 있겠다 커플룩을 입혀서 아파트 근처 산책로로 갔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쌍둥이냐고 커플이냐고 물어보았다. ‘얘네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에요.’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쿤이와 첸의 산책 스타일은 조금 달랐다. 첸은 늘 노즈워킹을 많이 시켜주다 보니 천천히 걸으며 풀냄새를 맡는 걸 좋아했다. 반면 쿤이는 목줄을 하고 있으니 조금 갑갑해했다. 앞으로 우다다 달려가려다가 저지를 당하니 무척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산책로 중간에서 쿤이의 목줄을 풀어주니 쿤이는 신나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가 ‘쿤’하고 부르는 소리에 또다시 우다다 뛰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첸이와 쿤이는 같은 곳에 냄새를 맡으며 함께 걸었다. 똑같은 줄무늬 옷에 둘 다 길쭉한 몸매, 견주인 내가 괜히 우쭐해지는 투샷이었다.
함께 맞는 첫겨울, 앞으로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고 가을에는 낙엽을 밟고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를 마셔야지, 그렇게 함께 발을 맞춰서 걸을 시간들을 상상하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일기장에 기록했다. 평범하게 지나갈 어느 주말이 특별한 한 페이지가 되어 일기장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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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의 글이 마무리 되기 전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서점에서 발견하시게 되면 반갑게 맞아주세요 :)
첸의 이야기는 30화에서 마무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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