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을 가족으로 데려오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이 울었고 화도 많이 났으며 짜증도 많이 냈다. 걱정도 많이 했고 그만큼 돈도 많이 들었다. 주변에서 너무 유별나게 강아지를 챙긴다고 그래도 사람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자기 의사를 나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하지 못하는 강아지들이 나에게는 조금 더 우선이다. 생명이고 가족이니까.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나도 첸을 가족으로 들이기 전과 후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남이 보지 않으면 생각보다 게으른 사람이었고 사람들에게 살갑게 구는 타입이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좋아했고 귀찮을 것을 싫어했다. 첸은 아기처럼 나에게 와서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귀찮은 부분을 차지했다. 혼자 똥오줌을 가릴 수 있는 것도 혼자 산책을 갔다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3살 어린아이 같을 것이다. 그만큼 뒤치다꺼리를 해주어야 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첸을 데려온데 있어서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첸에게 더 좋은 사료를 사 주고 싶어서, 더 좋은 간식을 주고 싶어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서 일을 더 열심히 했다. 첸을 키우면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동물연대 기부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고작 외식 2번 하는 가격인데 그것도 망설여지는 속물적인 마음이 더 컸다. 첸 덕분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첸처럼 버림받는 강아지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져서 소비하는 것들도 반려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
만약 그때 우리 집에 온 것이 이렇게 특이한 외모를 가진 첸이 아니었다면,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강아지이지만 자꾸만 주인에게 짐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답이야 어떠하든 청주에 살던 첸이 우리 집에 오게 된 것도 경기도에 살던 쿤이가 우리 집으로 그 모든 것이 시절 인연이 아닌가 싶다. 하필 그게 첸과 쿤이라서 정말 고맙고 행복하다.
강아지들도 요즘은 평균 수명이 늘어 20세까지 바라본다고 한다. 그래 봤자 인간의 100세에는 5/1 밖에 안 되는 시간이다. 둘의 짧디 짧은 삶이 나를 만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기를. 나를 행복하게 해 준만큼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까지 내가 늘 함께할게. 고마워, 너희라서.
-
<너라는 개 고마워>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책에는 브런치에 올라오지 않은 네 컷 만화와
반려견을 키우면서 필요한 정보들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전국의 서점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