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스며든 풍경들
무거운 문을 여는 순간 하얀 불빛 아래
찬바람이 한숨처럼 흘러나오고
구석 한쪽에서 체온을 잃지 않으려
웅크려 있는 반찬통 하나가
며칠 전부터, 몇 달 전부터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처음엔 새로운 곳에 여행 온 듯
들뜬 마음으로 몸을 스치는 시원함을 만끽했고
금방 밖으로 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가니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마음엔
끈적하게 녹빛 이끼가 내려앉았고
뿌연 김으로 창문을 가려
바깥을 보려 하지도 않네
이제는 문이 열려도 돌아보지 않지만
혹시나, 아직도 웅크려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