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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랭 Oct 05. 2018

너라는개 고마워 : 27.서울에서 부산으로

쿤이의 입양

서울에10시쯤 도착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해야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는 기대감과 걱정에 오히려 잠은 쉽게 깼다. 쿤이를 데려올 방법이 뾰족히 없어서(비행기도 기차도 겁을 먹것 같아서) 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12월 한겨울이다보니6시 반쯤이 되어도 여전히 아침해는 보이지 않았다. 캄캄한 도로를 불빛에 의지해서 달려갔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쿤이는 어떤 강아지일까, 첸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잘 결정한 것이 맞을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가는 길에 휴게소를 들러 아침을 먹었다. 그새 해가 떴다. 어딘가 여행을 가는 것처럼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다. 올라갈 때에는 식이와 나 둘 뿐이지만 내려올 때에는 쿤이까지 셋이 될 것이다. 네 시간을 내리 달려 경기도까지 도착을 했다. 부천에서 쿤이를 소개 해 주었던 친구 소영이를 태워 실장님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실장님의 집 밑에 차를 대어 놓고 산책을 간 쿤이를 기다렸다. 


“쿤아~!” 


쿤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멀리서 목줄이 풀린 갈색 강아지 한마리가 보였다. 식이와 나는 멀리서 쿤이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쿤이는 첸보다 조금 더 길고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금새 다시 실장님 옆으로 뛰어와 걸었다. 쿤이가 우리와도 저렇게 걷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설렜다. 부산까지는 또다시4시간이 걸려서 우리는 밥을 먹거나 할 시간도 없이 바로 쿤이의 전주인분과 가벼운 소개를 하고 쿤이 짐을 싣고 갈 준비를 했다. 




쿤이가 사용했던 이불들, 옷, 간식, 장난감, 칫솔 등 꼼꼼히 챙겨준 박스를 보니 전주인분이 얼마나 쿤이를 아껴왔는지 알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뒷좌석에 이불을 켜켜이 쌓고 그 위에 쿤이를 앉혀두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쿤이와 쿤이 전주인이 가벼운 눈인사를 나눴다. 쿤이는 낑낑 대었지만 마치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감지한 듯이 조용한 작별인사를 했다.  


차가 출발하자 쿤이는 조금 불안해 하는 듯 했고 나는 뒷좌석이 누워서 쿤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중간중간 휴게소를 들러 오줌을 뉘어주기도 했는데 귀가 들리는 쿤이가 신기해서 일부러 줄을 풀어 ‘쿤!’하고 불러서 뛰어오게 했다. (당시에는 목줄 규정이 없을 때였습니다!) 쿤이가 우리 목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오자 우리 둘은 손을 맞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쿤이는 불안했는지 자꾸만 운전하는 식이의 무릎에 눕고싶어했다. 불법인 줄을 알면서도 불안해 하는 쿤이를 무릎에 눕히고 운전을 했다. 잠이든 쿤이를 보며 앞으로의 시간들을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긴장한 듯한 쿤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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