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수업료의 대가.

[ 무엇이 옳은가. ]

by grim jari


#. 7. 수업료의 대가


어쩐지 수업의 결과물을 잘 뽑아내려 하면 할수록, 갖가지 재료들이 많이 쓰인다. 계획대로 결과물은 화려하고 완성도가 높을 순 있지만, 괜스레 심정은 잡다해진다.

반면에 아이들의 작은 손에 잡힌 붓 하나가, 두둑한 질감의 아크릴 물감을 슥슥 휘젓고, 오돌토돌하면서 두꺼운 크라프트지를 이리저리 춤추다 보면, 의외로 멋진 회화작품이 완성되곤 한다. 그런 결과물을 볼 때마다, 좋은 수업을 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2019-12-16%2003.18.45%201.jpg 초등1학년 아이들의 회화작품.


완성작보단 수업과정에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잔소리하지 않겠다, 수없이 다짐하건만- 수업료에 대한 대가를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 없는 부담감에, 호기롭던 다짐이 힘을 잃을 때가 많다.

수업과정이 자유로우면 결과가 심란하고, '괜찮아 보이는’ 작품을 완성하려면, 단체수업엔 주입식 방식이 여전히 필요하다.


괜찮아 보이는 작품이라. 나는 여태껏 무엇을 의심했고, 내려놓지 못했던 걸까.

백지와 연필 한 자루만 쥐어줘도, 아이들은 그들답게 충분히 잘 표현해낼 텐데 말이다. 그것은 즐거운 해소 과정이겠으나, 결과물은 장담할 수 없다. 나는 그 부분이 늘 불안했을 것이다. 이쁘게 잘 만들어지지 않은 채로, 부모님들손에 작품이 들어가고, 이어서 휴지통까지 향할 그 과정들 말이다. 어머, 오늘 이거 그린 거야...? 하고 묻는 어머님의 얼굴에 스치는 미술수업에 대한 의심을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그려줄 수는 없는 법이니,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서’ 그리게끔 유도하는 건 어떤가. 보는 것을 그려 내다 보면 사물도, 사람도 관찰하는 법을 알게 돼서, 강쌤 없이도 스스로 잘 그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과연 빛을 보는 날이 오는가.


나 스스로 합의점을 찾고, 이러저러하게 오늘도 수업을 했고 내일도 해나가겠지만, 말끔히 답을 찾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운 밤이다. 그저 아이들의 작품을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는 표정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수밖에. 미안하고 고맙네 라고 중얼거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