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이들과의 이별준비.

[ 강쌤은 좀 많이 고마웠었다고. ]

by grim jari

#8. 아이들과의 이별준비.


12월의 겨울은 방과 후 학교 선생님들의 발품이 잦아지는 계절일 것이다. 1년 혹은 2년의 계약기간을 마무리 짓고, 재계약을 위해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고, 만약의 탈락을 위해 다른 학교의 공고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일주일 중 한 번의 수업, 1년에 40번 정도의 만남이 짧다 할 순 없지만, 이맘때가 되면 아직 못 가르쳐준 게 더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알려줘야 옳을지 매우 신중해진다.


강쌤은 시작보다, 끝내기가 더 어려운 사람이라 진작부터 이별 유예기간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6학년까지 미술 수업을 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하던 노랑이가 고맙고,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와 한국말이 서툰데도, 기가 차게 그림을 잘 그려내는 쌍둥이 형제와도 이제야 친해졌는데. 귀가 잘 안 들리던 파랑이에게 내 칭찬이 닿지 않을까 봐, 글과 손짓으로 마음을 전하던 날이 엊그제였는데, 그래 어느새 2년이 지나고 말았다.


12월의 크리스마스 트리 캔들 •̀ᴗ•̀


지금은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분명히 안다.

매번 새로운 수업을 구상하고 준비하느라 분명 고됨도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의 아이들과 지금의 수업을 연장하면, 내가 조금 편할 수도 있지 않냐고 다독인다.

아이들에게도 다른 선생님의 새로운 교육법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미술수업은 특히, 변화와 새로움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다. 아쉬운 건 오로지 내 마음뿐일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마음껏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온전히 허용한 적이 있었는지. 미술작업으로써 감정을 자유롭게 해소하고, 승화하도록 온 가슴으로 품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마지막이 되면 꼭, 이렇게 후회가 더 남더라.

반복하는 다짐과 새로운 각오를 품고, 나는 다른 학교에 찾아가 원서를 내고, 면접날을 기다리고 새로운 시작을 고대하겠지만, 잦은 이별에 대한 생채기는 여간 잦아들 것 같지가 않다.


수업 마지막 날에는,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아주면서 꼭 안아줘야지. 부족한 선생님을 만나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지만, 강쌤은 좀 많이 고마웠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