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자.
[ 새해에도 강쌤을 잘 부탁해. ]
#9.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자.
12월 말이 되면 연말 분위기가 나는 수업이 뭐가 있을까 하며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결국엔 작년과 조금 다른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곤 했다. 그 패턴이 지겨워 이번에는 노랗게 빛나는 보름달에게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어보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소원이라. 언제 빌었는지 모를 그것을 아이들은 혹시 갖고 있으려나. 요즘도 꿈을 소원이라고 부르기도 할까 싶었는데, 일단 해보기로 했다.
초1,2의 작품
표면이 매끈하게 표현되는 붓 대신,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노란 보름달을 꾸덕하고 무거운 질감처럼 표현했다. 차갑고 물컹한 느낌이 좋아서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이 있었고, 손에 물감 묻는 게 흔한 일이 아닌 아이들은 '으악, 으엣' 소리를 내면서도 끝까지 표현해 주었다.
소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되뇌며 물감을 찍으라고 하니 일순간 교실이 조용해지더라. 입으로 소원을 속닥속닥이며 손가락을 움직이는 보라가 귀여웠고, 단짝끼리 귓속말로 소원을 공유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 흩어졌던 옛 그날들을 복기시키기도 했다.
선생님 소원은 뭐예요?
아...~ 그거야, 비밀이지!
그런 게 어딨냐며 매달리는 아이들과 깔깔대며 2019년 마지막 수업을 매듭지었다. 그러게, 나의 소원은 뭘까. 하루하루 그날 수업 준비하고, 다음날 수업 계획하고, 준비한 것을 해내는 동안 맹꽁이 같던 내 소원들은 어디로 간 걸까.
집에 가서 동생이랑 사탕을 나눠먹는 게 소원이라는 아이도 있었고, 할머니 댁에 놀러 가는 게 소원이라며 두 손을 가슴에 포개고 함박웃음 짓던 아이도 있었다. 우리 손으로 만든 보름달님이 소원을 꼭 이루게 해 주실 거라고 말했는데, 나도 내손으로 보름달을 만들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새해가 이미 하루 지나갔지만, 느지막하게 소원을 한번 빌어봐야겠다. 각자의 소원이 잘 이루어졌는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때, 나도 할 말이 있어야 하니까.
강쌤의 소원은 너무 평범하지만, 가끔은 제법 간절하기도 하다. 내년에도 그들이 웃으며 교실을 뛰어들어와 주기를. 가위질과 붓질로 인해 어깨가 아프지 않도록 힘이 불끈 솟아나 주기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작품 속에서 그들의 귀한 자존감과 자신감의 뿌리가 더 굳건해지기를. 찾다보니 제법 많아진 소원들을 새해의 보름달에게 빌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