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윤미래의 say

바다에서 음악을 틀어요.

by grim j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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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에게 여행이란 줄곧, 명분이 필요했고 가책이 뒤따르는 행위였다. 떠나도 될 자격은 평소보다 더 힘든 일상을 보내야만 주어졌다. 고생을 자부심으로 내세워 휴식이라는 대가를 허용했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어렵게 틈을 주면, 발길은 늘 바다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과 끝이 안 보이는 바다를 보고 있자면 일순간 속이 시원해지는 듯했으나. 곧 일상의 공허함에서 도망쳐온 스스로의 모습에 가책을 느꼈다. 도대체 어떤 불만족으로 또 이렇게 떠나와야만 했는가. 채워지지 않는 일상의 허탈함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상만 가득한 배부른 투정인 건가. 파도가 속없이 바위를 자꾸 때릴 때마다, 갖가지 목소리들이 애잔하게 늙어버린 가슴을 긁어댔다.


희한하게도 반복되는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는 만큼, 묘한 압박감도 동반됐다. 여기까지가 최선이고 충실했을까? 스스로의 검열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미래에 대한 과분한 포부나 대단한 목표가 없었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리스크가 작은 선택만을 한 게 오류였을까. 안전이라는 우물 안에 발을 담근 채, 변화라는 바깥세상을 오래도록 쳐다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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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공허함의 근원지는 생각관념일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한다,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 뭔가 있긴 더 있어야 한다는 관념. 그 '뭔가'를 찾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가슴은 잿빛이 됐겠지. 처음엔 여행을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일상을 떠나니 '뭔가'를 찾는 게 중요치 않아지더라.

그래, 바다가 참 아름답구나. 바람이 참 좋구나. 나무가 정말로 멋지고 구름이 진짜 이쁘다. 커피가 참 맛있다.라는 느낌들이 마음의 잿빛을 걷어내기라도 하는 건지. 떠나보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더라는 예상치 못한 시선의 역전이지만, 다른 곳에 몸을 두면 조급함이 조용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가을 낙엽 같은 윤미래의 목소리가 노을 지는 무의도 바다와 참 잘 어울린다. 고생을 업은 일상의 지친 마음으로 바다를 찾는 것과, 노곤한 시선으로 파도를 마주하는 것은 꽤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 이제는 바다를 보며 가책 따위를 느끼지 않으려 한다. 되도록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보여주려 한다. 해묵은 생각과 관념이 쌓이지 않도록 자신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그토록 찾던 '뭔가'일지도 모르니까.








# 윤미래 / say


햇살 가득 내리던 날도

난 늘 그늘 속에 숨어 있었지

이 곳에선 내가 나로 살기엔

너무 빨리 알아 버렸던 걸까

이런 나의 마음을 바쁘게 뛰게 한 사람

처음으로 울게 한 사람

잘 가라는 말

늦었다는 말

괜찮냐는 말

고작 내일 보잔 말


어떤 말부터 네 맘 잡아 둬야 할까

사랑한다고 나 혼자 중얼거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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