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ㅡ맛

글-맛: 미술관에 간 심리학 / 윤현희

2019.04.08 / 믹스커피

by grim jari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면서 미술이 인간 심리에 도움되는 도구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어쩐지 책 제목에 '심리'가 들어가면 손이 가지 않았다.

미술관은 한 작가의 철학을 은연중이든 직접적이든 엿볼 수 있는 장소다. 그곳의 심리학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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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는 그림을 통해 남편을 사별한 슬픔을 극복하고, 행복한 일상의 기억을 시각언어로 기록하며, 그 과정에서 지칠 줄 모르는 자기 성장을 도모했다. 그렇게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자아실현의 궁극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세계는 생활 예술을 실천한 좋은 예이기도 하다.
-p18


할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정감이 그대로 녹아든 그녀의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빈 종이에 무엇을 그릴 땐 아무리 스킬이 좋아도 내면을 완전히 숨길 수 없다. 그렇기에 보는 이도 분명히 느낀다. 추상화는 모호하지만 어느 감정을 건드리고, 현대 그림은 신선하고 기이한 느낌으로 새로운 감각을 깨운다. 작가의 의도를 100% 이해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모지스 할머니의 자아실현은 각 관람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편안하고 소담한 분위기는 작품 공통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 -파블로 피카소
-p144


이미 시기를 지나친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직관적이지만 완전히 새롭고 편하게 그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릴 때는 분명했던 감각들은 자라면서 소멸되거나 통제되기 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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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선생님은 아이들이 매일매일 종이에 쓰고 그린 창작물을 각자의 캐비닛 속에 넣어두곤 했다. 겨우 연필을 쥘 힘이 생긴 아이들은 각자의 생각을 그림이라는 형태로 표현하고, 여물지 않은 손으로 그림과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데 열심이었다.
-p185


10년 넘게 아이들과 그림을 나누면서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 남더라. 나는 과연 아이들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가. 혹여나 내 생각과 방식을 그대로 떠먹으라고 숟가락을 들이미는 건 아닌지. 싶은 것이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 높이면서, 그것 또한 내 기준에 맞춰 조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책의 문장대로 여물지 않은 아이들의 손이 어떤 것을 그려내든 기뻐하고, 그 소중함을 관가 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깨어있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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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가들마다의 인생사와 심리를 풀어준다. 어떤 지식이나 지혜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와 다르게, 글을 읽기만 해도 공감이 되고 의식이 확장된 듯하다.

그림에 대단한 지식이 없어도 읽기 편하고, 유명 화가들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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