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웅진싱크빅 / 2020.1.10
글-맛: 글이 가지는 독특한 운치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날 바로 손에 잡은 책. 마침, 그림 작업 방식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라 도움을 받을 거란 확신을 갖고 구입했다. 각종 예술 분야 여성작가들의 작업 패턴과 다양한 신경증들을 기록한 책이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p31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결국 어떤 좋은 습관이든 자신과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패턴을 보며 영감을 받을 순 있어도, 나의 행위로 채득 하기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좋은'사람이 되려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부터 알아가는 게 필요할 듯.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올바른 상태가 되는 게 어렵다.
-p77
천만 프로 공감하는 문장이다. 그림 작업을 빗대자면, 일단 시작하면 일정에 맞춰 어떻게든 그려낸다. 하지만 결과물이 최상의 상태인지 따질 순 없다. 차라리 할 수 있는 게 그림뿐이라 붓을 들던 그때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직관만 어렴풋 느낄 뿐이다. 올바른 상태가 되기 위해 내려놔야 할 것들이 그득해 보인다.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자 마음 상태가 글쓰기에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삶을 살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서 마음 깊숙한 곳에는 언제나 불행이 깔려 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영향력도 줄어들죠. 마음 상태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더욱 많이 느껴야 해요. 자신의 생에 초연해진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을 지배할 준비 태세가 좀 더 잘 갖춰진다고 할 수 있죠.
-p189
어느 날 불현듯 머리에 섬광이 찾아올 때 하는 행위가 예술인 줄 알았건만, 아마도 생을 지배할 준비부터 했어야 했구나. 나의 마음 상태는 주로 감정에 지배당한다. 도무지 이런 상태론 어렵지만, 안 하면 내일마저 망칠 테니 그냥 하자- 했던 밀어붙임이 근면성으로 둔갑할 때도 있다. 즐기지 못했다는 패배감이 늘 잔재하는 내 생을 지배할 준비 태세는 어찌 갖춰야 할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모든 것이 똑같이 무색인 것처럼 보일 때'가 나쁜 시기라고 미첼은 말했다.
-p218
분명히 그런 시기가 있다. 무기력은 끝이 없는 듯 정신과 육체를 마비시킨다. 그럴 땐 주로 입맛부터 사라지고 모든 의욕이 소멸한다. 그 시기가 저절로 옅어지거나, 우연한 계기로 걷어지면 다행이지만 홀로 견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들의 습관을 살펴보니, 어떤 이유로든 치열하고 고달프게 행해온 삶들이 보였다. 겉으론 대단해 보여도, 끝없이 뭔가를 하느라 고뇌하고 힘들었던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결과엔 관심이 없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덮으니,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나에게 올바른 상태란 무엇이고, 예술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예술하는 습관은 호흡이 짧은 글로 구성돼서 단박에 읽기 좋다. 여성 예술가들의 습관이나 일상을 슬쩍 엿보는 느낌도 든다. 꼭 예술 쪽이 아니더라도 생활 속 사소한 습관에 대해 환기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